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떠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강민규 단원고등학교 교감이 세월호 출항을 반대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가 뒤늦게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6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공개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에 따르면, 복구된 휴대전화에서는 출항일인 2014년 4월 15일 오후 6시 42분 "안개로 못 갈 듯"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송됐다. 이어 오후 7시 2분 메시지에는 "교감은 취소 원하고"라는 내용이 있었다.
강 교감은 참사 발생 이틀 후인 2014년 4월 18일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며 유서를 남겼다.
참사로 인한 자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휴대전화 메시지로 미뤄볼 때 정작 강 교감은 출항을 반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 교감은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 씨와 마찬가지로 참사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순직 인정을 받지 못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15일 김초원·이지혜 두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유족은 강 씨의 사망이 순직에 해당한다며 안전행정부 산하 순직보상심사위원회에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강 교감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소송에서도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6일 "강 전 교감은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학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해경 헬기가 도착한 뒤에야 인근 섬으로 후송됐다"며 "사실 그도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장시간에 걸친 조사와 '왜 살아 돌아왔느냐'는 비난 속에 방치돼 극단적인 선택이 강요됐다"고 성명을 냈다.
강 전 교감의 유족도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적 타살을 당한 것"이라며 고인의 명예 회복을 간청했다.
이날 강 교감이 참사 당시 출항을 반대한 정황이 밝혀짐에 따라 향후 다시 순직이 인정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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