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4일 "현재까지 분명한 사실은 천안함은 단순한 사고로 침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나는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 중대한 국제 문제임을 직감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원인을 밝힐 것을 지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단순 사고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천안함 침몰의 배후로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위협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올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원인규명 이후의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단호한 대응'이라는 기존의 기조만을 재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최고의 전문가로 이뤄진 국제합동조사단은 조만간 원인을 밝혀낼 것이고, 원인이 밝혀지는대로 우리는 그 결과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리게 될 것"이라며 "원인을 찾고 나면 나는 그 책임에 관해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누리고 있는 평화는 아직은 취약한 기반 위에 있다"며 "대한민국의 번영과 안정을 깨뜨리는 위협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유와 평화는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며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대비하지 않으면, 자유를 지킬 수 없고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의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원인이 밝혀지기 전이라도 우리가 즉각 착수해야 할 일은 우리의 안보태세를 재점검하는 일"이라며 "여러분 자신도 이미 자성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군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해 군 고위급에 대한 문책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군은 강하고, 지금도 싸우면 이길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 내부의 안보태세와 안보의식은 이완되어 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 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 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군 대부의 혼란도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들도 불과 70km 거리에 가장 호전적인 세력의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는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안보 총괄 점검기구-안보특보-위기관리센터 설치하겠다"
이 대통령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우리 군을 굳게 믿는다"라면서도 "군 스스로도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군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군의 긴급 대응태세와 보고와 지휘체계, 정보능력, 기강 등 모든 측면에서 비상한 개혁의지를 갖고 쇄신해 나가야 한다"며 "또 조직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조직의 폐해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은 "나는 강한 안보를 위해 국가 안보태세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대비책을 마련할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 총괄 점검기구를 한시적으로 즉각 구성할 것"이라며 "이 기구에서 안보역량 전반, 위기관리 시스템, 국방개혁 등 안보관련 주요 사안들이 면밀하게 검토되고 대안이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대통령실에 안보특보를 신설하고 위기상황센터를 위기관리센터로 바꿔 안보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군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안팎에서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훗날 역사는 천안함 사태를 통해 우리 국군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기록할 것"이라며 "오늘 이 회의가 이런 막중한 역사적 책임의식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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