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를 방영한 지 일주일만에 국회 법사위원회에 출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여야 의원들로부터 난타를 당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도 검찰이 주도적으로 꾸린 '진상규명위원회'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차라리 검찰이 특검을 자청하라"고 압박했다. 이귀남 장관은 직답을 피했다.
"스폰서 문제,조직에서 학습 재생산된 검찰 문화"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검찰에 통제가 필요하다. 자율적으로 안 되면 타율적으로라도 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태면 특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같은 야당의 검찰 개혁 주장에 대통령도 떠밀려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은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가) 스폰서 의혹으로 수장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걸 보면서도 또 이런다"면서 "이것은 검찰 조직 내에서 학습되고 재생산되어 고착화된 문화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정정당당하게 특검을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냐"고 압박했지만 이 장관은 "특검은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것인데 공소시효나 징계시효 지난 것도 다 밝혀서 인사에 반영하던지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고 받아넘겼다. 이에 홍 의원은 "국민들은 '조사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도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가 제대로 되겠냐. 조사를 한들 국민들이 믿어주겠나"면서 "국방장관이 천안함 관련해 직무감사 자청하듯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예 장관부터 검찰총장까지 다 (스폰서 전력) 고백을 하고 나서서 도덕 재무장 운동을 펼치는 것이 자기변화의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자유선진당의 조순형 의원도 "이번에도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면서 "진상규명위원회 첫 회의에 두 사람이 참석 안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진상규명위원회에는 민간 위원 두 명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조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특검이 아니면 감사원 직무감찰이라도 자청할 줄 알았는데 이걸 검찰에 맡겨서 막연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때는 검찰이 '돈 준사람 말을 못 믿느냐'고 했고 지금은 '돈 줬다는 사람 말 어떻게 믿냐'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내가 자료가 있는데 이것을 밝히면 검찰이 쥐구멍으로 가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처참해진다"면서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되면 밝힐 수 있다"고 압박을 가했다.
"왜 전 정권에 책임을 넘기나"
나아가 박 의원은 '전 정권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YS시절에 성수대교가 무너지자 청와대가 노태우 정권 책임으로 돌린 적이 있다"면서 "당시 내가 민주당 대변인이었는데 '경복궁 무너지면 대원군 탓이냐'고 논평했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전 정권에서 일하던 검사들이 다 옷 벗고 나갔나? 왜 전 정권에 책임을 넘기나"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정 모 씨의 진정서를 보면 2009년에 벌어진 일도 많은데 이게 과거 정권 일이냐"고 따졌다.
이처럼 검찰이 주도적으로 꾸린 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난망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나섬에 따라 특검 도입에 힘이 실릴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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