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1년 2개월 사이 더 성장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었던 알파고는,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의 국제인터넷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번기 1국에서 알파고는 커제 9단에게 1집 반 승을 거뒀다. 중국인인 커제 9단은 세계랭킹 1위 바둑 기사다.
승부 자체는 예상된 결과였다. 알파고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까지 인터넷 바둑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고수들을 상대로 60전 전승을 거둔 바 있다.
바둑계의 관심은 알파고의 기량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국할 당시엔 알파고가 인간의 기보(棋譜, 바둑 기록)를 학습했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 측은 이번 대국을 앞두고서는 알파고가 혼자 '자율학습'을 했다고 밝혔다. 기보에 의지하지 않고 실력을 키웠다는 게다. 따라서 바둑계는 알파고가 전통적인 바둑과 얼마나 다른 기풍(棋風)을 선보일지에 관심을 뒀다.
이날 대국만 보면, 알파고는 지난해에 비해 유난히 창의적인 기풍(棋風)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대국 내내 커제 9단을 여유있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스무 살인 커제 9단은 평소 대단히 창의적이고 대담한 기풍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매우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극단적인 실리, 안정 위주 바둑을 뒀다. 알파고의 실수를 기다리는 게 커제 9단의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이세돌 9단이 거둔 1승이 이런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국 내내 알파고는 안정을 잃지 않았다.
바둑 해설자들 역시 알파고의 실수 또는 약점을 찾지 못했다. 그 역시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과 다른 대목이다. 당시엔 알파고가 실수를 했었고, 해설자들이 그걸 지적하기도 했다. 커제 9단은 대국에 앞서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알파고가 쓰는 수는 신선의 수"라고 말했었다.
알파고는 오는 25일과 27일에도 커제 9단과 대국을 할 예정이다. 바둑계는 알파고와 인간의 1 대 1 대결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오는 26일 치러지는 '페어 대국'에 관심이 쏠린다. 인간과 알파고가 팀을 이뤄서 대국을 하는 것이다. 구리 9단과 알파고A로 구성된 팀이 롄샤오 8단과 알파고B로 짜여진 팀과 맞붙는다. 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9단이 팀을 이뤄 알파고와 대국을 하는 단체전도 같은 날 예정돼 있다.
인공지능 혁명 이후를 전망하기엔, 26일 치러지는 대국이 더 유용하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