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 추기경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화제를 천안함 침몰 사고의 조속한 수습에 돌렸다. 사실상 정 총리의 협조 요청을 완곡하게 거부한 셈이다.
"SOS 하러 왔다" vs "그 문제보다 천안함이…"
정 총리는 이날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 추기경을 만나 주교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을 알고 있다"며 "추기경님께 SOS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주교님들은 생명과 환경, 생태 차원에서 지적하는데 저희 쪽에서는 기술적인 것만 말해 온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한편으로는 저희 뜻이 잘 전달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원활한 사업추진에) 도움을 주십사 하고 찾아뵙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정운찬 국무총리가 6일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뉴시스 |
이에 대해 정 추기경은 "그 문제보다 먼저 백령도 인근 바다에 군함이 가라앉은 불행스러운 일이 벌여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대신 천안함 사태의 조속하고 원만한 수습을 당부한 발언이다.
정 추기경은 "승조원의 친지들과 구조에 힘쓰다 희생하신 숭고한 의인의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뜻밖의 일을 당해서 국가를 책임지는 분들이 여러 차례 비상회의를 한 노고가 좋은 결실을 맺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고원인을 둘러싼 각종 루머와 관련해 정 추기경은 "군함이 인양돼야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인양된 다음까지도 여러가지 해석을 하는 사람들 있을텐데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이어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말하는 분들께서도 재난의 당사자인 승조원과 가족들, 구조를 위해 애쓰다 희생된 분의 유가족들의 마음에 상처가지 않는 말씀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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