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긍긍' 靑…종교계 달래기 '진땀'

천주교에 축전 보낸 MB "작은 차이를 넘어 화합의 지혜를"

4대강 사업에 대한 천주교계의 반발과 불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봉은사 외압 논란' 등 정부와 종교계 사이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해 청와대가 전방위로 걷었다.

李대통령 "생명과 환경이야말로 우리의 책무"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천주교 춘천교구 제7대 교구장으로 착좌하는 김운회 루카 주교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전국적인 '공사 중단' 운동을 벌이고 있는 천주교계를 달래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대독한 축전에서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모두의 소임이며, 환경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되살아난 자연을 모두가 골고루 누리도록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생명이 깃들고 그 속에서 더욱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생명과 환경에 대한 더욱 깊은 성찰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첫 출발"이라며 "이를 위해서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화합의 지혜를 모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천주교계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대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남다른 경륜으로 교계 안팎에서 널리 존경받는 주교님의 착좌는 춘천교구 뿐 아니라 천주교회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뜻 깊은 일"이라면서 "춘천교구의 모든 성직자들과 신도들 그리고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가 늘 충만하기를 기도드린다"고 덧붙였다.

靑 천주교 모임 '청가회' 발족…종교계 원로들과 회동도 추진

청와대는 당분간 종교계와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필두로 핵심 참모진들도 각 종교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대 종단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현재로선 정해진 일정은 없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단계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런 만남이 없을 것이라고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다소 뒤늦은 감은 있지만 오는 31일에는 김백준 총무기획관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등 70여 명의 직원이 참여한 '청가회(청와대 가톨릭회)'도 출범할 예정이다. 이들은 기존의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 기독교 신자들의 모임인 '청와대 선교회' 등과 함께 당분간 각 종교계에 대한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청불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최근 서울 삼청동 안국선원에서 법회를 개최한 데 이어 앞으로 매달 정기법회를 열기로 한 대목도 '봉은사 외압논란'으로 들끓고 있는 '불심 달래기'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청와대뿐 아니라 정부 고위 관계자도 종교계와의 소통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와 비공식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와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주호영 특임장관 역시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 각 종파 원로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으며, 한나라당 각 직능위원회의 종교파트를 확대하고 각 지역 당원협의회 차원에서 종교계와의 접촉면을 넓혀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