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 수뇌부들이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천주교계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고 <한겨례>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정 실장은 전날 열린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천주교 쪽은 반대하려고 작정하고 나선 사람들이어서 설명을 하면 외려 말꼬리를 잡아 반대 논리에 활용할 것이라 여겨 사전에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듣고 보니 결과적으로 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설득을 하려고 해도 안 듣는 분들이 있다"며 논란이 확산되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데 이어 아예 정 실장은 천주교계를 특정해 '반대하려고 작정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일부 참석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주교가 야당, 시민단체와 함께 일종의 공동전선을 펴는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최근 지역구의 신부 한 분을 만났더니 '(4대강을 반대하는)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환경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다. 유럽만 보고 유럽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생떼를 쓰고 굉장히 위선적이고 편향되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라고 하더라"고 맞장구를 쳤다.
파문이 일자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발언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해당 기사에서는 간접 화법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을 직접 이야기한 것처럼 꾸몄다"고 반박했다. 제3자의 발언을 옮긴 것뿐이라는 해명이다.
특히 박 대변인은 문제의 발언을 처음 보도한 <한겨레>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한편 이후 법적인 대응 문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몽준 대표 측도 "각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고, 환경운동이나 천주교를 비방하려던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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