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2일 집권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인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가다듬었다.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인사 추천 권한'을 행사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단 추미애 대표는 이를 위해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을 추진했지만, 당내 다수의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포기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당의 '인사 추천권'에 대한 규정을 가다듬기 위한 중앙위원회를 오는 15일에 열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애초에는 추 대표는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을 명문화하려 했으나, 당이 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원칙만 당헌에 반영하기로 양보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당이 정부 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정신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이미 지난 3월 통과시킨 바 있는데, '추천 관련 기구 구성' 등을 당규로 정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 수정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만만치 않았다. 전날인 11일 추미애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려 하자, 대다수 최고위원들은 "인사권은 대통령 권한인데, 당 대표가 인사를 추천하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추미애 대표가 사실상 추천한 인사들이 정부에 기용되지 않으면, 외부에는 '당청 갈등'이 벌어지는 것처럼 비칠까 봐 우려한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당 대표 마음대로 정할 거면 왜 최고위원회를 여느냐"고 반발했고, 추미애 대표는 서류를 집어던지며 역정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비공개 최고위원회는 추미애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한 발씩 물러서는 것으로 타협됐다. 추 대표가 추진했던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되, 인사 추천 정신은 담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 정당 공천이나 운영에 관여는 안 하고 정책과 인사는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추미애 대표는 내각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당내 인사들을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공당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 청와대와 충분한 협의하에 '인사 추천'을 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당 대표 개인의 '내각 추천권'처럼 행사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지점이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과거 참여 정부 시절에도 당이 여러 인사를 추천했고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보고돼 발탁된 사례가 꽤 있다. 이를 당헌에 명문화해 투명하게 집권 여당의 위상을 강화하자는 취지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인사 부담을 주거나 인사 잡음이 생기거나, 과거의 폐단들이 재현돼 당청 관계에 부담이 될까 일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가 그런 일은 없다고 하셨기에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대표가 인사 문제로 당 지도부나 문재인 캠프 측과 갈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선 기간 '통합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추미애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선대위 핵심 보직인 '상황본부장' 자리에 임명해 임종석 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갈등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추미애, 당내 반발에도 '김민석 상황실장' 강행, 추미애, 임종석 회동 취소…대선 기간 '舊怨' 때문?)
추미애 대표가 '인사 개편'을 예고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추 대표는 대선 다음날인 지난 10일 안규백 사무총장을 경질한 바 있다. 당의 핵심 보직인 '사무총장' 자리에는 청와대 입성이 어려워진 김민석 전 의원이 들어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사무총장 임명은 당 대표 고유의 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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