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감자인 독도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8년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본의 우익 유력지 <요미우리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문제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겠다는 후쿠다 총리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가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전혀 사실무근이다"고 반박했고, 요미우리는 온라인판에서는 기사를 내렸지만 정정하지는 않았다. 이후 논란이 잦아들었으나, 최근 한국 시민들과 요미우리의 소송 와중에 이 신문은 준비 서면에서 "보도가 사실이다"고 주장한 것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지난 9일 이 내용이 처음 보도된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란이 뜨거워지자 지난 15일 한나라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공식적으로 대응을 시작했다. 16일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나섰고 한나라당에서도 통외통위 소속인 정옥임 의원이 잇달아 라디오에 출연해 맞서면서 정치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요미우리> "지금은 곤란하다", <아사히> "시기가 나쁘다"
<요미우리>는 준비서면에서 자신들의 보도를 옹호하면서 진보적 성향의 유력지 <아사히신문> 보도를 근거로 삼았다.
당시 <아사히>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의 전언을 근거로 "후쿠다 수상은 일본의 입장은 (독도 문제를) 해설서에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답변했으나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면서 양보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즉 이 대통령이 해설서 기재는 반대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곤란하다" 혹은 "시기가 나쁘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틀림이 없다는 것이 <요미우리>의 주장이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소송에 변호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재명 부대변인이 참석해 경과를 설명했고 송영길 최고위원, 전병헌 의원등이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연달아 출연해 해명했다. 정 의원은 <요미우리>가 보도한 이 대통령 발언의 진실 여부에 대해선 "청와대를 믿는다"는 식으로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정 의원은 <요미우리>를 '우익 매파 신문'으로 규정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일본에 맞상대를 해주면 해줄수록 일본의 수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며 논의 중단을 주장했다.
정 의원은 "만에 하나라도 그런("시기가 안 좋다") 내용이 나왔다 하더라도 이제 대통령이 그런 (해설서 기재를 강력하게 반대) 입장이라는 걸 아사히신문이 오히려 명료하게 밝힌 부분"이라면서 "발언 내용이 전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이것을 해석해야지 (지금은 시기가 안 좋다) 그 구절을 가지고 하는 자체가 지금 상당히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소송의 변호인이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난 정부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발언을 해갖고 탄핵까지도 언급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예춘추> "쇠고기 문제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이"
이처럼 정치권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이 문제는 더 뜨거워 질 전망이다. 또한 <요미우리>와 <아사히>외에도 유사한 보도가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민소송단 재판 준비서면에 따르면 일본의 우익 유력잡지인 지인 '문예춘추(文藝春秋)'도 대동소이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잡지는 지난 2008년 9월호에서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후쿠다 총리에게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고 진력을 다한 말로 간절히 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후쿠다(총리)는 헤매고 있었다. 헤매고 있었다고 하기보다는 마음이 변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정상 회담 최종일의 회의의 틈을 타서 마련한 일한수뇌회담에서 해설서에 기술할 방침을 전달한 후쿠다이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고 진력을 다한 말로 간절히 원하자 결심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고 기술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