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교준 강원 태백소방서장은 “각종 화재와 사고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은 전쟁터 같은 최악의 환경에서 진압과 구조활동을 해야 한다”며 “근무여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재현장과 각종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소방관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효율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각오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는 14일은 지난해 강풍피해 현장에 출동했다가 구조물에 맞아 순직한 강원 태백소방서 허승민 소방위(46)의 영결식 1년이 되는 날이다.
안타깝게도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동료들은 강풍사고 순직사고를 기억하기를 꺼려했다.
태백소방서 대다수 소방관들이 당시 순직사고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빠져 병원치료를 받거나 심리 상담을 받을 정도로 후유증을 겪었기 때문이다.
석 서장은 “순직사고 이후 현장출동 직원들 수십 명이 트라우마 때문에 제천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며 “서장을 비롯한 전 직원들이 검진을 받고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당시 사고를 끔찍해 한다”고 토로했다.
또 “소방관들은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식습관으로 건강과 가정생활이 매우 힘든 실정”이라며 “화재나 사고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겪는 스트레스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조원진 의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관리가 필요한 심리장애를 하나 이상 앓고 있는 소방관이 전체의 70%가 넘는 2만2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갑작스런 사고로 동료가 쓰러지거나 재난현장에서 안타깝게 100% 구조를 하지 못한 경우, 참혹한 피해자의 모습이나 비명소리들은 이러한 심리장애의 중요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5년간 41명에 달하는 자살소방관의 숫자는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그는 ‘생활안전 출동’이 날로 증가하는 사례를 말하며 소방관 증원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최근 들어 벌집 제거와 벌쏘임 출동을 비롯해 고드름제거, 야생동물 출동 신고, 가정에서의 응급환자 신고 등 생활안전 신고가 부쩍 늘고 있다”며 “소방안전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력 30%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관은 4조 3교대 근무로 근무여건이 대폭 개선됐지만 소방공무원은 인력 부족 때문에 아직도 3조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며 “현장출동 소방관에 대한 열악한 근무여건을 감안해 인력확충은 정책당국과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덧붙였다.
국민안전처의 2016년 전국화재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만3413건으 화재가 발생해 사망 306명 등 2024명의 인명피해, 3697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석 서장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들이 사기를 높이며 근무할 수 있도록 국가와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소방공무원들이 어깨를 활짝 펴고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014년 세월호 구조지원 차 출동했다가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5명의 소방관을 비롯한 33명의 순직 소방관들을 추모하기 위해 태백365세이프타운에 추모비를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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