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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는 공공재, 사유화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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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는 공공재, 사유화는 안 된다

[기고] 국민에 져서 민주주의에 성공하는 정부이기 바란다

촛불 정신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되던 문재인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마침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있는 오늘(11일) 시작한 새 정부가 부디 민주주의의 꽃봉오리를 찬란하게 피워낼 수 있기를 바란다.

현능(賢能)한 자가 기용되지 못하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수치다

참으로 인사(人事)는 만사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은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기용되지 못하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수치다. 나라의 안위는 명령에서 비롯되며, 나라의 존망은 인사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늘의 승리는 촛불시민들이 이뤄낸 일종의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로서 결코 사유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모쪼록 스펙과 허명(虛名)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에 이기고 민주주의에 실패한 박근혜의 길이 아니라, 국민에 져서 민주주의에 성공한 정부이기를 희망한다

박근혜 외교 국정농단의 대표적 사례인 사드 배치는 전두환 정권의 금강산댐처럼 일종의 '공갈 안보'의 전형으로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경제문제 중의 하나인 일자리 문제를 비롯하여 경제안보를 결정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진정한 기회란, 오히려 위기 뒤에 찾아오는 법이다.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변도(一邊倒)' 외교를 극복하고 이 땅에도 진정한 자주외교의 토대가 구축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검찰개혁과 국정원 개혁은 우리 사회가 공작정치와 '거짓 안보'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중요한 경로이다. 또한 아직 사회적으로 덜 알려진 사법개혁 실천도 전국의 양심적인 판사들의 자발성이 폭발적으로 모여지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이번 선거에서 차점자와의 표차가 무려 557만 표로서 역대 최대치라는 점에서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간절한 열망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개혁은 오늘에 새겨진 시대정신이다. 혹한 속에서 피어난 촛불시민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일궈낸 오늘의 승리는 반드시 성과를 내는 개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만도 못하다. 진정한 통합이란 오직 참된 개혁 실천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위대했던 촛불 시민들의 뜻을 이어받고 국민들과 함께 진실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개혁은 혁명보다 어려운 법이다. "창업(創業)은 쉽지만 수성(守成)은 어렵다"는 말을 명심해야만 한다. 지지하지 않은 58.9% 그리고 투표를 하지 않은 22.8%의 국민이 있음을 인정하고 충분히 겸허해야 한다.
국민에 이기고 민주주의에 실패한 박근혜의 길이 아니라, 국민에 져서 민주주의에 성공한 정부이기를 바란다.

'민주주의 성패는 좋은 대표(代表)를 선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처신'에 유난히도 밝은 관료들의 의견은 덜 귀담아들어야 할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문제로 괴로워했다는 관료들의 고백을 필자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 그 관료들이 박근혜 시대의 피해자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거의 대부분 자발적인 공범자였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정의감 있는 젊은이라도 공무원이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초록동색, 오로지 승진에만 매몰되고 기득권화하는 지금의 그릇된 관료문화를 근본적이고도 혁신적으로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된다.

덧붙여 새 정부 수립 첫날을 맞아 국회 앞에서 선거법 개혁을 위한 1인시위를 실천한 하승수 변호사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주장대로, 국민주권의 시대에 이제 국회를 바꿀 때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의한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는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 성패는 한 마디로 좋은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민주주의 교육의 절박성

마지막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새 정부를 수립시킨 것은 바로 젊은이들의 힘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나라 민주주의의 미래는 바로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

<관자(管子)>는 "1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일만 한 것이 없고, 10년에 대한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일만 한 것이 없으며, 평생에 대한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 한 것이 없다. 한 번 심어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 열 번 거두는 것이 나무이며, 한 번 심어 백 번 거둘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 一樹一獲者穀也, 一樹十獲者木也, 一樹百獲者人也)"라고 갈파했다.

이제 민주주의를 위하여 젊은이들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 각 정당을 비롯하여 사회 조직 그리고 뜻 있는 인사들은 바로 청년 교육에 주목하고 실천해야 한다. 현실 정치에서 실패한 공자(孔子)는 제자 교육에 힘써 결국 수천 년 동안 중국을 비롯하여 동양의 문화를 제패할 수 있었다.

한 점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 젊은이들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 이 길은 너무도 요원하여 아득하게 먼 길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민주주의를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요 가장 빠른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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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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