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연이은 지방행(行)을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8일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에 '지방선거용'이라는 딱지를 붙인 반면, 청와대는 "이미 정해져 있는 일정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선거 때문에 시급한 경제살리기가 소홀해질까 걱정"이라며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는 선거와 관계없이 한 치의 소홀함 없이 민생경제를 챙겨야 한다"고 당부한 대목도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방심하지 말고 작년과 똑같은 긴장감을 갖고, 작년과 똑같은 집행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TK에는 'R&D 특구' 일사천리…충남에는?
청와대는 이처럼 지방선거와 의식적인 '거리두기'를 선언하고 있지만, 실제 이 대통령의 행보에는 오해의 소지가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의 대구방문부터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업무보고에서 "대구ㆍ경북이 어떤 지역인데 맨날 피해의식 갖고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역시 고향에 오니 느낌이 다르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동관 홍보수석의 'TK 비하발언' 논란으로 어수선한 지역의 민심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다독인 셈이다. 숙원사업인 R&D(연구개발) 특구 지정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을 돌며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번 주에는 대전·충남 업무보고 참석을 위해 충남 지역을 방문한다. 첨예한 세종시 논란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여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전히 싸늘한 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일종의 '당근'을 제기할지도 관심사다.
민주 "말 한마디 갖고도 '선거개입'이라더니…"
이같은 이 대통령의 지방 방문을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선거운동으로 의심되는 행보'라고 규정하며 반발했다.
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왜 그렇게 자주 지방 나들이를 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며 "선거가 코앞인데, 국민들과 야당으로부터 의심받을 소지가 있는 행보는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대표는 "과거 대통령과 장관, 정부의 책임 있는 공직자들은 선거 때가 되면 몸조심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전통"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말 한 마디로도 선거개입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던 적도 있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의 야당 시절을 상기시킨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해 대해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최근 여야 소속 지자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선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못하면 안 된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차근차근 일을 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면서 "지자체 업무보고 역시 정해져 있는 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 국민의 수준이 정부에서 이러저러한 상황을 만든다고 생각이 바뀔 정도인가"라며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변인은 대전·충남 업무보고 외에 앞으로 예정된 지방방문 일정이 또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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