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러진 <조선일보> 창립 기념식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참석한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진보신당을 비롯해 개혁진보 진영과 불편한 관계를 맺어온 <조선일보> 행사에 참석하지 말았어야 된다는 의견과 정치인으로서 경조사에 참석하는 것까지 과도한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
이에 노 대표는 '감사와 함께 사과드립니다'는 개인 블로그 글을 통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여전히 안타까운 것은 조선일보와 싸우면서, 싸우는 동기가 되었던 '조선일보식 글쓰기'를 닮는 경우도 있다"면서 악의적 비난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노 대표와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 등은 지난 5일 <조선일보> 창립 9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참석했지만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당원들과 네티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 문제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노 대표가 직접 입을 열었다.
노 대표는 <조선일보> 행사 참석의 한 배경으로 '마은혁 판사 사건'을 꼽았다. 지난해 11월 마 판사가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의 국회 농성 사건과 관련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자, <조선일보> 등은 그가 노회찬 대표 후원회에 참석한 사실을 거론하며 맹공을 펼쳤다. 결국 법원도 마 판사에게 경고 처분을 하는 등 불이익을 가했다.
노 대표는 "비서실장이 오해 소지가 있다며 참석을 만류했을 때 마은혁 판사 사건을 거론하며 '그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사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논조가 옳은 것이냐며 되물었다"면서 "생각이 달라도 의례적 차원에서 참석해 달라는 조선일보의 초청 취지와 마은혁 판사 사건 보도 태도와의 모순도 거론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 판사 사건의 보도 태도에 대한 항의 표시로라도 참석하겠다고 결정했다"면서 "(기념식에) 조선일보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참석했고 조선일보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지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오직 저 한 사람이다. 그만큼 내가 서있는 위치의 민감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고심의 일단을 내비쳤다.
노 대표는 "그런 뜻에서 이 중요한 시국에 불필요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취지가 정당했다 하더라도 내 처신이 적절했는가의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도 많은 지적과 조언을 듣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노 대표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직후 과거사를 거론했다. 당시 그는 조선일보 노조 초청으로 강연을 가졌다. 일부에서는 이 강연의 일부 발언을 부각시켜 노 대표를 맹공했고 이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까지 족쇄로 작용했다.
이에 노 대표는 "일부에서 그날 강연을 놓고 '조선일보의 30년 애독자로서 조선일보를 최고의 신문으로 고무찬양한 강연'으로 규정했다. 강연의 주요 내용은 온데 간데 없고 덕담 중 몇 마디로 저의 철학과 소신과 강연 내용을 왜곡한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항의하니 '아니면 말고'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 때 나는 우리 안에도 '조선일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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