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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 프랑스 대통령의 앞날은 험난하다

"좋아서 뽑은 게 아니다"...사실상 '무소속 후보' 마크롱, 프랑스 대선 승리

지난달 23일 1차 투표에서 각각 24.01%, 21.30%라는 불과 3%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7일 치러진 결선투표에 나선 1위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2위 극우파 마린 르펜 후보의 대결은 예상대로 마크롱의 압승으로 끝났다.(☞관련 기사:'파탄난 대의민주주의' 현장 된 프랑스 대선)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전이지만, 결선투표가 끝나자마자 프랑스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일제히 마크롱이 르펜을 상대로 65.5∼66.1%를 득표해 승리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르펜의 득표율은 33.9∼34.5%로 예상되자 르펜도 즉각 지지자들에게 "마크롱 후보에게 전화를 해 승리를 축하했다"면서 패배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현지시간으로 8일 오전 100% 개표 결과 마크롱은 66.1%, 르펜은 33.9%를 득표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마크롱 후보의 승리를 기뻐하는 국민은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일부에 그치는 '쓸쓸한 승리'라고 전하고 있다. 기껏해야 마크롱의 승리를 빛낼 장식물로는 그가 1848년 제2공화정 대통령에 취임한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당시 만40세, 훗날 황제 나폴레옹 3세) 이후 무려 169년만에 한 살 적은 39세 나이로 '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는 기록과, 이번 대선이 생애 첫 선출직 공직 도전이었다는 점이 거론될 뿐이다.

마크롱은 '앙 마르슈'(En Marche·전진)라는 창당 1년도 안된 신생정당 대표이기는 하지만, 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소속' 후보였다.

그의 승리 비결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결선투표 직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후보 지지자 대부분은 스스로를 마크롱를 지지해서 투표한 것이라기보다는 르펜을 저지하기 위해서 마크롱에게 표를 준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후보 자신의 콘텐츠 승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런 민심은 파리에서 마크롱 지지율이 높은 부유한 지역의 유권자들조차 마크롱의 승리에 대해 흥겨움을 느끼기보다는 현실적 선택이었다는 체념의 느낌이 더 강하다고 말하는 것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7일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 출구조사 결과 사실상 승리가 결정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

"정치 신동이라고 해야 혼자서 뭘 할 수 있겠소"


마크롱에게 표를 주었다는 한 유권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를 곧장 재앙으로 몰고 갈 극우 정당 후보가 있고, 그나마 제정신이기는 한 것같은 후보가 단 한 명이 있었을 뿐"이라면서 "마크롱은 재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프랑스 정치판의 신동이라고 해야 혼자서 뭘 할 수 있겠소"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치 현실에 대한 환멸은 파리 외곽 지역에서 더욱 짙게 느껴진다. 프랑스 북부 인근 도시 라온의 많은 유권자들은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차라리 기권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결선투표 기권율은 25.3%로 집계됐는데, 이 수치는 지난 1969년 이래 치러진 프랑스 대선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일부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들은 기득권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프랑스 정치의 각성을 위해 르펜에게 표를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유권자들의 표심은 1차 투표에서 59년 역사의 제5공화국 사상 처음으로 이른바 기득권 양대 정당인 집권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가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한 결과가 여실히 보여줬다.

르펜에게 표를 주었다는 유권자 프랑수아 모렐(54)은 "좌파와 우파 번갈아가며 50여 년을 보냈는데,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크롱 역시 기득권 정당에서 자유로운 배경을 가진 것은 아니다. 마크롱은 법인세율을 33.3%에서 25%로 낮춰 기업하기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마크롱 자신은 집권 사회당의 무능과 부패로 '무늬만 좌파'라는 비판에 휩싸인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에 앞장선 인물로 경제장관을 지냈다.

사회당 기득권을 대변한 총리 발스가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당내 경선에서 참패한 후 마크롱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도 마크롱이 '기득권의 위장 후보'라는 지적을 받았던 이유다.

이 때문에 이번 프랑스 대선 결과는 기득권 체제가 존재 의미를 잃은 정당 간판 대신 차라리 무소속으로 마크롱을 내보내 간신히 세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곧바로 다음 달 6월 총선에서 마크롱이 창당한 앙마르슈 정당에 기존의 사회당 의원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앙마르슈가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하면 프랑스 정치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치판은 <뉴욕타임스>가 표현하듯 "프랑스 대통령은 오직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때만 힘을 쓸 수 있는" 곳이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외치를 맡고 내치는 의회 다수당이 요구하는 총리에게 일임한다.


프랑스 의회는 모두 925석으로 돼 있다. 하원 격인 국민의회가 577석(과반은 289석), 상원이 348석이다. 이 중 직선제로 선출해 실질적인 의회권력인 국민의회은 현재 중도좌파인 사회당과 중도우파인 공화당이 각각 280석, 194석씩 갖고 있다.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은 단 2석뿐이고 앙마르슈는 한 석도 없다. 결선 투표에 진출한 후보들이 하원 의석 수가 없거나, 거의 없는 정당 소속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의회 정치에 대한 환멸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월 11, 18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앙마르슈는 하원 240~286석, 공화당이 200~210석, 집권 사회당은 28~43석의 소수당으로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국민전선(FN)은 15~25석을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앙마르슈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대통령과 총리 소속 정당이 다른 '동거정부'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만일 마크롱 정부가 '동거정부'의 한계를 드러내 유럽연합(EU) 개혁과 공무원 감축 등 공약으로 내건 정치개혁을 이행하지 못하면, 사상 최악의 기권표와 무효표가 상징하는 정치환멸이 프랑스 정치판을 삼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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