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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병살'...문재인의 '무담보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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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의 '병살'...문재인의 '무담보 대출'

[이충렬의 정권+교체] 정권 교체에 집중하자

1. 촛불항쟁과 촛불혁명 사이

항쟁과 혁명의 차이는 무엇일까? 4.19는 혁명이라 부르지만 광주항쟁이나 6월항쟁을 혁명으로 부르지는 않는다. 항쟁 후 정권수립에 성공하면 혁명이 되고 실패하면 항쟁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5월 9일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촛불혁명이 될 것이고, 실패하면 촛불항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4.19혁명은 5.16 군부 쿠데타로 1년만에 정권을 뺏겼기에 이번에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우리는 역사상 최초로 성공하는 민주 혁명의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역사를 후퇴시킨 반동 쿠데타와 그것을 저지 못한 민주세력의 과오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정권교체에서 시작하여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대도약을 진심으로 열망하게 된다.

2. 안철수 후보의 병살타

한 달 전, 각 당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문재인 대세론을 하루밤 사이에 허물고 부상했던 안철수 후보가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제는 홍준표 후보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추월당했다는 여론조사조차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그는 기존의 양당제도를 허물고 제3의 세력화를 공언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신의 철학과 정책이 담긴 뉴 브랜드로 자신만의 시장을 창출해야 했다. 즉 블루오션에 도전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정반대 노선을 선택했다. 이른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노선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진보적 경제 노선으로 진보 유권자를 당겨오고 보수적 안보노선으로 보수 유권자를 흡수하면 자신이 중간에서 '거대한 중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진보적(?) 경제 노선은 보수 유권자에게 불신을 사고, 보수적 안보관은 진보 유권자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거대한 착각'으로 판명나고 있다.

그는 부패하고 무능한 기존의 정치권에 비해 자신의 리더십과 자질이 탁월하다고 자신했던 것 같다. 1대1의 끝장토론만 하면 KO승을 할 것처럼 장담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6번에 걸친 TV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그는 최하위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끝모를 추락을 시작했다.

청바지를 입고 아이폰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전 세계를 전율케했던 스티브잡스가 아니었다. 짧디짧은 자신의 정치 역정에서 행한 말바꾸기에 대한 변명을 해야하는 구정치인으로 어느새 변했다. 안타까운 병살타였다. 자신만의 브랜드와 명분이라도 창출했다면 이번에 패배하더라도 후일을 기약할 수 있을텐데 그에게는 그런 가능성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3. 심상정 후보의 딜레마

TV토론으로 스타가 되었다. 모든 포문이 문재인 후보로 향한 사이, 심 후보는 사각지대에서 실속을 챙겼다. 자신의 토론 실력이나 정책에 대한 세일즈 능력도 뛰어났다. 그러나 진정한 원인은 딴 데 있었다. 어느 후보도 심 후보와 정의당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이나 네거티브를 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친북 좌파라는 언어 테러를 가했지만, 심 후보에 대해서는 일체의 '디스'가 없었다. 문 후보의 21조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에 대해서는 꼬치꼬치 따지던 후보들이 심 후보의 350조 복지 예산에 대해서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범진보세력은 정권교체에서 어떤 관계를 가져야하나? 진보정당에는 원내의 정의당 말고도 노동당, 녹색당 같은 원외 진보 정당도 있다. 또 민주노총을 위시한 범진보세력도 존재한다.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힘을 모으거나,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진보세력의 원내 진출을 지원하는 형식의 연대를 맺어왔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자당의 후보를 내지않거나 또는 주저앉히는 방식으로 진보 정당을 지원했다. 심 후보와 노회찬 의원도 이런 방식으로 원내에 진입하였다.

이번에는 어떨까? 이미 5자구도가 확립된 상태에서 심 후보의 사퇴를 바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촛불민심의 자연스러운 유권자 선택에 맡기는 길 이외의 다른 길이 있는 것 같지않다.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민주당 계열의 정부가 탄생했을 때 진보 정당의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다면 진보 정당이 또 한 번 대도약하리라 예상한다.

4. 홍준표 후보의 부상

홍준표 후보의 뒷심이 놀라운가? 대한민국에서 박정희 세력 혹은 기득권 네트워크의 실체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천박함(돼지흥분제), 잔인함(문재인 후보를 친북좌파라 부름), 비열함(유승민 후보에 대해 이정희가 생각나는 배신자라고 반복 발언함)을 홍 후보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국민이 지켜보는 TV 토론에서 그는 막장 정치인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극우 유권자들은 그런 그에게 환호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박정희-박근혜로 상징되는 부패 기득권 네트워크는 물밑에서 여전히 한국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단지 박근혜로 인해 정치권에서 새누리당 해체라는 재앙을 맞이했을 뿐이다. 아직도 그들은 실질적인 힘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으로 '멘붕' 상태에 빠진 그들의 심리를 홍 후보가 예리하게 파고들고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홍 후보는 어디까지 갈까? 그는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를 무력화시키고 보수 총결집으로까지 나아갈까? 홍준표 후보의 급부상으로 촛불시민은 정권교체의 절박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5. 문재인 후보에 대한 무담보 신용대출

문재인 후보는 5자구도에서 약 40% 내외의 지지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높지만, 실오라기같은 방심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하루 이틀 만에 판이 출렁거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의 최종 목표는 박근혜 탄핵에 찬성한 약 80%의 국민 중에서 야권으로의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60% 유권자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탄핵 반대한 20%가 극우보수라 볼 수 있다. 찬성한 80% 가운데 약 20%는 합리적 보수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나머지 60%의 유권자들을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가 나누고 있다는 말이 된다.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기 이전에 문재인 후보의 노력이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문 후보 진영은 박근혜 탄핵의 반사이익에만 기대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지금 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문 후보의 지지자도 있겠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더 중시하는 사람도 많다. 적폐 청산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촛불혁명을 완성하겠다는 그의 어음을 믿고 '무담보 신용대출'에 동의하는 유권자가 더 많다고 보면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나중에 '내가 좋아서 찍었나? 홍준표 싫어서 찍었지.' (호남 유권자)라거나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진보 유권자)하는 모습을 볼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어음이 부도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문 후보는 지난 5년간 정치에 입문한 이래 여의도 기득권 정치의 폐해와 쓴맛을 고루 맛본 정치인이다. 여의도 기득권에서 가장 거리가 먼 정치인이다. 민주당은 정권교체 후 집권당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개혁의 주체이면서도 동시에 여의도 기득권 체제의 일원으로서 개혁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는 당선시 특히 정치 개혁 분야에서 정치 기득권 구조 혁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과 본질적 개헌을 앞장서 주도하여 재조산하(再造山河)라는 그의 구호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문 후보가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내보일 때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60%의 유권자는 기꺼이 문 후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촛불항쟁을 촛불혁명으로 역사에 기록하자. 그리하여 시민혁명의 완성으로 우리 현대사를 장식하자. 가슴 뛰지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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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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