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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회전으로 미세먼지 배출할 권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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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회전으로 미세먼지 배출할 권리 있는가?

[기고] 언제까지 중국 탓만 할 텐가

미세먼지의 무서운 그림자

이제 우리는 좀체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렵다. 서울 시내에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초미세먼지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의 생명을 시시각각 위협하고 있다. 오랫 동안 독일에서 살다가 온 한 지인은 한국의 대기오염이 공포 수준이라고 말한다.

경찰은 이렇게 매일같이 미세먼지를 배출할 권리가 있는 것인가?

필자는 며칠 전에도 근무지인 국회 앞 도로에 365일 매일같이 24시간 공회전하고 있는 경찰버스의 미세먼지 오염의 중단을 요구하는 민원을 국민권익위에 냈다. 그러나 별무소용이다. 이번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몇 번이나 민원을 냈지만, 경찰 측은 언제나 말로만 개선하겠다고 하고는 실제 개선 조치는 없다.

도대체 경찰은 무슨 권리를 가지고 있어 이렇게 매일 같이 미세먼지를 열심히 배출하고 있는 것인가? 더구나 경찰 차량은 거의 대부분 초미세먼지 유발의 가장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경유 차량이다. 서울시내 도로 곳곳에 배치된 경찰차량들은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질소산화물을 비롯하여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그리고 미세먼지를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 2014년 서울시내 경찰버스의 공회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2,179 tCO₂(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고, 공회전에 사용된 연료비(경유)는 자그마치 26억 3000만 원이다. 최근 오존 주의보도 자주 발령되고 있는데, 오존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나 공장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화학반응에 의해서 형성된다.

얼마 전부터 서울시는 1분 이상의 공회전 차량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찰버스는 '서울시 자동차공회전 제한에 관한 조례 제5조 제1호'의 의해 긴급자동차로 분류되어 공회전 단속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도로 점령하고 공회전하는 '한국적' 경비방식 사라져야

우리나라와 같이 차량으로 무작정 도로를 막고 공회전을 하면서 24시간 이렇게 경비를 펴는 방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참으로 '한국적인' 방식이다. 도로를 막아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인한 교통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공공조직으로서 초미세먼지 등 오염을 이토록 솔선수범 앞장서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경찰의 존립 목적이란 결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환경 보호와 오염 방지라는 임무의 수행 역시 경찰이 솔선수범 앞장서야 한다. 거꾸로 경찰이 앞장서서 계속 오염을 발생시킨다면 이는 본말전도, 그 존립 목적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다. 경찰은 하루바삐 차량동원의 관행을 친환경적 경비방식으로 전환하여 국민의 생명과 환경보호를 실천해야 한다.

요지부동 우리 경찰도 시대에 좀 적응하라

하루 종일 좁디좁은 경찰차량 안에서 365일 내내 갇혀 지내야 하는 의경들의 건강과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 얼마 전에는 구 새누리당사를 경비하는 의경들이 당사 청소까지 강요받는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 구 새누리당사는 이제 찾는 사람도 거의 없건만, 도무지 관행을 벗어날 줄 모르는 경찰은 지금도 변함없이 당사를 완전 포위한 채 24시간 열심히 공회전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대다. 바야흐로 국민주권의 시대다. 부디 요지부동 우리의 경찰도 이제 좀 시대에 적응하라. 경비 방식도 국민에 대한 봉사를 최우선적 원칙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응해야 한다. 그리해 현재와 같은 자원 소모적이고 환경파괴적인 방식을 벗어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환경 친화적이고 자원절약형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경찰병력의 인권보호와 도시미관에도 부합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 가능한 정책부터 당장 시행하라

도대체 언제까지 중국 탓만 할 것인가? 정부 당국은 하루바삐 미세먼지 대책을 세워라. 당국 그리고 언론들은 미세먼지 형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은 실정이라 무엇부터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벌써 몇 년째 미세먼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조사한다고 목소리만 높였지 정작 결과가 나온 적은 없다. 우리가 직면한 오늘의 상황은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 미세먼지의 음습한 어둠의 그림자는 지금도 시시각각 우리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우선 지금 가능한 것부터라도 해나가야 한다. 우선 국내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인 석탄 화력발전소의 신설을 중단해야 하고, 기존 석탄발전소도 점차 감축해야 한다. 환경부 산하 국책연구소 조사도 국내 신규 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로 매년 1,144명이 조기 사망하고 최대 24㎍/㎥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 2부제도 필요하면 시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프랑스에서는 시민들이 미세먼지 억제를 위해 자동차 덜타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건설공사도 최대한 억제하고,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에는 공사 중단까지 강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정말 미세먼지 해결에 조금이라도 의지가 있다면, 우선 우리 눈앞에서 매일 같이 24시간 계속되는 경찰차량의 공회전부터 즉각 중단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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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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