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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여왕! 시간은 게으르고 평화롭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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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여왕! 시간은 게으르고 평화롭게 흐른다

2017년 5월 두발로학교 <인제 자작나무숲과 방태산자연휴양림>

5월 27일(토)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 제57강은 강원도 인제로 떠납니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며 ‘숲의 여왕’으로 통합니다. 시베리아의 광활한 자작나무숲, 핀란드 산타마을의 자작나무숲, 백두산의 자작나무숲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제법 멋진 자작나무숲이 있습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 걸으며 자작나무가 자작자작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까요.

오후에는 가히 ‘은둔의 유토피아’라고 부를 만한 <방태산자연휴양림>을 걷습니다. 지친 도시인들이 원시적 자연의 품에서 힐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자작나무들이 군락으로 어우러진 모습은 이국적이며 신비롭다.ⓒ진우석

진우석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가이자 여행작가이십니다. 스스로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라 하며 ‘걷기 달인’, ‘길의 탐미주의자’로 통합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알프스, 백두대간 등 국내외 굵직한 트레일을 걸었으며, <서울신문>에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날 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으로 있으며, 삼성 SERICEO‧여행작가학교 등에서 여행강사로 활동합니다.

▲이른 아침 자작나무숲을 가리는 안개는 몽환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5월의 걷는 길, <인제 자작나무숲과 방태산자연휴양림>에 대해 들어봅니다.

그 숲, 이국적이고 신비롭다
자작나무는 북위 45도 위쪽에서 잘 자란다. 백두산이 북위 42도쯤이니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강원도 깊은 산골과 태백산 일대에는 자작나무가 제법 군락을 이룬다. 이를 제외한 자작나무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른 것들이다. 대부분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도,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급경사의 비탈면에 조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원래 인제국유림관리소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1974~95년까지 41만 평에 69만 그루를 심어 조성한 것이다. 그중 7만 5천 평을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개방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은 강원도 인제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자작나무 이름은 불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자작나무는 대개 20m 높이로 자라지만 백두산 원시림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어있다. 자작나무는 수피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수피의 겉면은 흰색의 기름기 있는 밀랍가루 같은 것으로 덮여 있고, 안쪽은 갈색이며 종이처럼 얇게 벗겨진다. 이 껍질은 불에 잘 타면서도 습기에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보려면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차에 내리면 곧바로 자작나무가 펼쳐진다고 생각하면 낭패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초소에서 3.5km 임도를 걸어야 한다. 따라서 운동화나 가벼운 등산화를 싣고 물과 간식을 잘 챙겨야 한다.

초소에서 인적사항을 적었으면 출발이다. 임도를 따라 100m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곳을 선택해도 자작나무숲을 만나는데, 오른쪽 임도로 올랐다가 왼쪽 임도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흔히 오른쪽 올라가는 임도를 윗임도, 왼쪽 내려오는 임도를 아랫임도라고 부른다.

갈림길부터 구불구불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임도의 곡선을 따라 서너 번 모퉁이를 돌면 드디어 산비탈에 도열한 자작나무가 나타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쭉쭉 뻗은 흰 나무들이 신비롭다. 자작나무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발걸음에 힘이 생긴다. 초소를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면 드디어 자작나무숲을 만난다. 입구에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라고 새겨진 나무 조각상이 서 있다. 숲에는 은은한 노란빛 단풍을 매단 미끈한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자작나무숲으로 들어서면 제법 너른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의 자작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시간을 갖자. 이곳의 시간은 게으르고 평화롭게 흐른다.

▲시원한 조망이 일품인 아랫임도ⓒ진우석

누워 자작나무와 하늘 바라보기
광장에서 잠시 숨을 돌렸으면 이제 자작나무숲을 즐길 차례다. 이곳에는 세 개의 탐방로가 있다. 1코스 자작나무코스(0.6㎞), 2코스 치유코스(1.5㎞), 3코스 탐험코스(1.6㎞). 그중 1코스와 3코스를 연결하는 것이 좋다. 2코스는 자작나무가 없는 산길을 올라야 한다.

광장에서 1코스와 3코스가 갈린다. 오른쪽 1코스를 따르면 울창한 자작나무숲으로 빨려 들어간다. 자작나무숲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크고 미끈한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오솔길 따라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면, 너른 공터가 나온다. 여기서 잠시 누워 자작나무 위로 펼쳐진 하늘을 감상하기 좋다. 푸른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른 자작나무의 자태가 우아하다. 숲에 부는 바람이 자작나무 잎사귀 한 줌을 하늘에서 떨어뜨린다. 팔랑팔랑 나뭇잎이 날리고, 시간은 숲 안에서 정지된 느낌이다.

공터를 지나면 작은 전망대에 오른다. 앞쪽으로 산사면을 빽빽하게 수놓은 자작나무들의 독특한 조형미가 멋지다. 자작나무는 무리지어 자란다. 홀로 자랄 수 없기에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받쳐주고 서로 북돋아 준다고 한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기특한 나무다.

전망대를 지나면 임도를 만나고, 자작나무숲 입구가 나온다. 다시 광장에 이르러 이번엔 왼쪽 3코스를 타고 내려간다. 호젓한 숲길은 시나브로 자작나무가 사라지면서 작은 계곡이 나타난다. 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이곳이 출발점인 초소로 이어지는 아랫임도다. 아랫임도는 차가 다니지 않고, 군데군데 시원한 조망이 열린다. 구불구불 완만한 내리막을 2㎞쯤 따르면 초소를 만나면서 걷기가 마무리된다.

▲방태산자연휴양림의 최고 절경인 이폭포저폭포ⓒ진우석

오후에는 방태산자연휴양림을 가볍게 산책한다. 이곳 휴양림은 가히 ‘은둔의 유토피아’라고 부를 만하다. 예로부터 ‘3둔4가리’라 일컫는 피장처였고, 지금은 지친 도시인들이 원시적 자연의 품에서 힐링을 즐길 수 있다.


두발로학교가 5월 27일(토)에 걷는 제57강 <인제 자작나무숲과 방태산자연휴양림>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07:00 서울 출발(0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온누리여행사)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57강 여는 모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입구 도착
-자작나무숲 걷기
(원대리 임도 입구∼자작나무숲(1,3코스)~원대리 임도 입구 8km)
-식당으로 이동
-점심식사 겸 뒤풀이
-방태산자연휴양림 도착
-방태산 자연관찰로 걷기(총 4㎞)
-서울 향발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가 축소‧변경될 수 있습니다.

▲<인제 자작나무숲과 방태산자연휴양림> 걷기 약도 ⓒ두발로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모자, 선글라스, 식수, 윈드재킷, 우비, 여벌옷, 간식,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두발로학교를 여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의 시대입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도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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