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충청권의 민심을 '몰락한 양반'에 빗댄 보고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20일 야당들이 일제히 청와대를 비난했다. "사실무근"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정치권의 갑론을박으로 번져가고 있다.
"충청민을 표리부동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그동안 이명박 정권은 허수아비 총리를 앞세워 '사회가 혼란해질 것이다', '나라가 거덜난다', '나라가 쪽박난다'는 등 저질 발언으로 충청민심에 상처를 줬다"며 "이번에는 아예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한 집단으로 충청권을 매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핫바지' 취급으로 깊은 상처가 남아 있는 충청도민에게 또 한 번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의 한심한 작태를 국민이 언제까지 참아줄 것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총리, 장관이 연일 충청민심만 들쑤시고 다니고 있느니, 나라 꼴이 뭐가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 역시 "몰락한 양반 처지에 무슨 자존심이냐, 돈을 더 줄테니 슬쩍 넘어가자는 식"이라며 "국민과 충청도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새삼 놀라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창조한국당은 세종시 원안계획에도 삼성 등 대기업들이 입주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는 최근 보고를 언급한 뒤 "누가 몰락했다는 것이냐. 원안에 포함된 대기업과 대학 입주가 수정안 때문에 가능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몰락한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靑 "그런 보고서 만든 적 없다…강력대응 하겠다"
앞서 일부 언론은 여권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몰락한 양반론'을 골자로 하는 문제의 보고서가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가진 것이 없어도 자존심과 명분을 중시하는 '몰락한 양반'처럼 충청민심이 수정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에서는 원안지지 입장이 여전히 높지만 내심 수정안 통과를 원하고 있고, 결국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청와대는 "충청민심 보고서와 관련된 기사는 사실이 아닌 잘못된 기사"라면서 "청와대는 관련 보고서를 만든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청와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가 정부와 국민, 특히 충청도민 사이에 심각한 불신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언론보도에 대한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한 뒤 "이같은 보고서를 만들 일도 없고, 물론 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본질에 근거하지 않은 부차적인 이야기, 사실도 아닌 이야기로 갈등이 증폭돼 모두가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 줄 것을 각별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역시 "청와대가 그런 사실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일부 언론이 이를 그대로 보도한 것은 유감"이라고 전제한 뒤 "민주당은 한 술 더 떠서 보도가 사실인 것처럼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몰락한 양반' 운운하며 충청민심을 선동하는 것은 지탄받을 일"이라며 "민주당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선동정치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