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몽준, 정점으로 치닫는 '세종시 갈등'

정몽준 "당론 확고하게 정하고 대오 정비하겠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바리케이드를 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친이 진영과 정몽준 대표는 세종시 당론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친이-친박의 계파갈등, 박근혜-정몽준-정운찬의 미래권력 갈등 등으로 어지럽게 얽힌 여권의 세종시 논란이 또 한 고비를 향해 치닫는 양상이다.

"고집이 너무 세면 불통, 통하지 않는다"

'미생지심' 논쟁으로 단박에 박근혜 전 대표와 대립 축을 형성한 정몽준 대표는 19일 원내교섭단체 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에서부터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게끔 분위기를 조성, 당론을 확고하게 정하고 대오를 가지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권여당 내부의 의견충돌 때문에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참으로 송구스런 심정이다"면서 "이 중대한 시점에 모든 당원이 집권당의 책임을 생각하고 동지애를 발휘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론이 바뀌어도 나는 반대"라는 박 전 대표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당론 변경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정 대표 측근인 전여옥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같은 당에서 대화를 거부하고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분명히 옳지 않다"고 가세했다. 전 의원은 "고집불통이라는 말이 있는데, 고집이 너무 세면 불통,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국정보고대회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홍보전을 이어갔다. 정 대표는 이날 대전에서 열린 국정보고대회에서 "야당이 충청지역에서는 수정안이 빈껍데기라고 하다가도 다른 지역에 가면 세종시가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고 입맛에 맞게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과녁을 야권으로 바꿨다.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당으로서 막중한 역사적 책임을 수행하고 문제를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직접적인 신경전은 자제하겠다는 뉘앙스다.

다만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부 2종합청사가 있는 과천의 경우 지난 25년동안 발전된 것이 없는 점 등으로 비춰볼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과천에 청사를 세운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결단은 충청민들의 몫이지만 세종시 역시 과천처럼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길 바란다"고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정운찬 만난 이혜훈 "가르쳐주신대로 소신 지키겠다"

친박 진영도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유정복 의원은 연달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분당'을 언급한 홍준표 전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친이 진영의 아성인 서울 서초갑이 지역구인 이혜훈 의원도 은사인 정운찬 총리와 오찬 자리에서 "개인적 인연보다 국가를 생각해 소신대로 결정하라고 가르치셨기 때문에 소신대로 하겠다"며 원안 고수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동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시점은 신뢰의 위기상황"이라면서 "높은 지지율이라는 착시현상에 사로잡혀 신뢰의 위기상황을 위기상황으로 깨닫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큰 불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신뢰를 잃은 정부와 정당이 어떤 약속이나 공약을 해도 그 때는 '메신저 거부현상'에 직면하게 된다"며 "신뢰의 둑이 무너지고 민심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 정부도 한나라당도 무엇 위에 존립할 수가 있겠는가"고 말했다.

무기명 비밀투표, 2~3개 부처 이전 등 중간지대의 절충안이 양측에서 일축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주류와 친박 진영의 대립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운찬 총리가 '조기 처리'를 재촉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법안 발의와 한나라당 당론 변경 수순이 강행될 경우 여권 내 갈등은 불가역적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