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 내에서도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대한 온도차가 벌어지고 있다. 세종시에 '올인'하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는 "사수꾼들이 있더라",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등 격한 언사를 사용해 원안파를 맹비난했지만 친박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여당은 신중한 분위기다.
정 총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의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하던 중 "원안사수대가 있는데 연기사수대ㆍ공주사수대가 그 지역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사수꾼이더라, 다른 지역과 정당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 야당과 지역시민단체들은 "실성을 한 망언 아니냐"면서 "괴벨스의 완장을 찬 정 총리야말로 '희대의 정치사기꾼'"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세종시특위 위원장이었던 정의화 최고위원도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만약 이게(이런 발언이) 사실이라면 정 총리가 가진 우리나라와 국민들에 대한 인식과 견해가 좀 놀랍다"면서 "발언에 신중을 기하라"고 경고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동안 사실 수차례 (총리의) 문제성 발언이 있었다"며 "그래서 문제가 꼬인 것도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발언에 신중을 기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국정보고대회, 일단 하긴 하는데…
한편 한나라당은 논란이 뜨겁던 전국순회 국정보고대회를 일단 추진키로 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사무총장 보고에 의하면 12개 시도가 예정대로 해도 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정몽준 대표도 연초에 국정보고대회 같은 것이 아니면 지도부와 당원들이 만나기도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조 대변인은 "'예정대로'라는 말이 (세종시 홍보가) 의제로 포함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면서 "일정이나 의제는 해당 시도당이 알아서 할 것이다. 중앙당에서 지침을 주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친박계인 송광호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예정대로 국정보고대회를 하되, 세종시 정부안 관련해 가지고는 의제에서 빼고 다른 의제로 진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 대표가 "굳이 세종시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지만 국정보고대회가 열리더라도 강력한 대규모 홍보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못하는 거 아니냐'는 식이던 국정보고대회가 '일단 진행'으로 가닥잡힌 데에는 정몽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광근 사무총장, 안상수 원내대표 등 친이계가 시큰둥했지만 정 대표가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것.
이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견해차라기보다 사무총장을 경질하겠다는 정 대표와 버티고 있는 장 사무총장 측의 신경전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범주류 진영도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실만 돌격대를 자임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 총리의 '사수꾼'발언이 물의를 빚었음에도 총리실 조원동 사무차장은 18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정 총리의 대전 방문에 반발한 민주당 인사들을 향해 "우리가 만난 지역주민들이 그렇게 말한다"면서 "상주는 울지 않는데 상객들이 오셔서 호객행위를 한다"고 원안사수론자들에 대한 폄하발언을 이어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