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수정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모든 정부 부처와 여권 전체가 몰두하고 있는 '세종시 여론전'의 일환이다.
"6.25 동란에서 지켜낸 서울…황량한 새도시로 옮긴다고?"
이 자리에는 원로회의 공동의장인 김남조 숙대 명예교수가 강도 높은 어조로 '원안'의 문제점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대학 4학년 때 6.25 동란이 일어났고, 서울이 완전히 부서지는 것을 목격하고 많은 아픔을 겪었다"면서 "4번을 당기고 밀려서 서울을 지켜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은 지역도 넓고 강과 산도 있고 아름다운 도시"라면서 "서울을 우리의 도시로 가다듬어 얼굴로 삼고, 손님을 모셔오고, 50년 동안 기쁨과 아픔을 박아 넣어 대도시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그런데 수도의 가장 중심기능인 행정권이 다른 데로, 황량한 새 도시로 옮긴다는 이야기는 납득하기 어렵고, 바로잡기도 어렵다"면서 행정부처 이전을 골자로 한 세종시 원안을 맹비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 대통령은 원자력도 팔고, 어린아이들이 가정사를 호소할 때 편지를 쓰는 등 기타 여러가지로 바쁜데 한 해는 촛불로, 한 해는 세종시로, 끝에 가서는 권력 공백기라고 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격려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참으로 안타까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 심정을 알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원로회의 위원도 남은 날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조국의 번영을 보고 싶고 국격과 격조가 있는 나라가 되기를 경원한다. 남은 희망은 조국의 번영"이라고도 했다.
또 그는 "국회의 작태를 볼 때 가슴이 아프고, 눈시울을 적시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가 많다"면서 "대통령님과 총리님이 힘을 내시라"고 덧붙였다.
▲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열린 국가원로회의 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
노신영 전 국무총리는 "수도분할은 국익을 포기하는 행위"라면서 "뒤늦게 지금 정부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수고하고있는데, 머지않아 국가의 큰 플러스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은 "지금같이 평행선으로 가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세종시 수정은) 본질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 대통령이 생각이 다른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겠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도 한 번 만나는 게 좋겠다.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해서 (세종시를) 후세에 자랑스럽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만나라는 이 전 의장의 제안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박 전 대표 역시 세종시 문제로 이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MB "특정한 문제에 얽매여 국정 전반에 차질을 빚지 않겠다"
이날 이 대통령은 특정해서 세종시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원로 위원들의 제안을 경청한 뒤 "특정한 문제에 얽매여 국정 전반에 차질을 빚는 우는 범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박선규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면서 "한 순간도 허비하거나 지체할 여유가 없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도 했다.
박선규 대변인은 "세종시 문제 때문에 다른 국정과제가 차질을 받아선 안 된다는 의미"면서 "세종시 문제는 그대로 추진을 하면서, 나머지 일들을 뚜벅뚜벅 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해 달라"고 설명했다.
모두 발언에서도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정말 번영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야 한다"면서 "대단한 일을 성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세종시 수정을 '국가 백년대계'의 일환이라고 강조해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또 이 대통령 "이제야말로 선진일류국가가 되고 국격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 국격을 높이는 국민적인 운동의 참여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면 금년에는 대한민국이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도 높은 어조로 격정을 토로한 김 교수를 향해 이 대통령은 "김남조 의장님도 남은 것은 조국의 번영이라고 했는데, 정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오찬에는 공동의장인 김남조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수한, 박관용, 이만섭 전 국회의장, 노신영, 박태준, 남덕우, 이홍구 전 국무총리, 조순 전 서울시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 37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정정길 대통령실장, 박형준 정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선규 대변인 등이, 정부 측에선 정운찬 국무총리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권태신 총리실장, 박영준 국무차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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