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평당 40만 원 이하로 땅 공급,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와 LED사업 분야 입주, 고려대와 카이스트의 일부 캠퍼스 입주 등 세종시 수정안의 윤곽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한나라당 내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는 TK 지역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론자들이 대부분인 친이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친이와 친박을 떠나 법개정 반대해야"
대구가 지역구인 이한구 의원은 7일 <불교방송>과 <S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해 "수정안이라는 것은 비수도권에 신도시를 더 만들겠다고 하는 그런 내용"이라며 "세종시 원안은 행정 비효율 때문에 못 하겠다고 그랬는데, 비수도권에 수요도 없는 신도시 만드는 것은 더 큰 비효율을 가져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에 많은 기업이 오도록 하려면 세제 혜택 말고도 땅값을 대폭 할인해 주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그렇게 인센티브를 주고 나면 다른 혁신도시들은 훨씬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업들이 혁신도시에 갈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 대해서도 이 의원은 "정부가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까지 알선하고 있는 판"이라고 비꼬며 "다른 지방도시도 활성화가 안 돼 애를 먹는데, 세종시까지 비수도권에 만들고 인센티브 강하게 줘버리면 다른 지방도시는 정말로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4대강과 세종시 문제 때문에 다른 중요한 정책, 특히 한나라당이 약속했던 정책들을 추진을 못하고 있는 것이 많다"며 "이것 때문에 동력이 떨어져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굉장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청와대를 직공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한 "원형지 개발 문제도 세종시만을 위해 법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도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대기업에 대한 원형지 개발 허용 방안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에는 대구 지역의 유력 일간지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대로 둔다면 경제자유구역과 첨단복합의료단지, 국가산업단지 등으로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려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수정안 발표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수정안을 보면 정부가 세종시 특혜에 따른 지방의 우려에 대해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대로 입증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이자 역시 대구가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도 이 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대구가 의료단지와 국가산단 등을 통해 살길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데 날벼락을 맞는 꼴"이라면서 "이 문제는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원이라면 당연히 문제삼아야 하고 법안개정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이전 안 된다"vs"뭐가 수도이전이냐"
당내 반발 여론이 이처럼 거세자 수정안 찬성 측은 일부 방어 목소리를 낼 뿐 몸을 낮추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친박계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데 대한 부담으로 풀이된다.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진수희 의원이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통일 한국 시대를 준비하는 측면에서 행정기관 남하를 통한 수도이전은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하자 친박계인 안홍준 사무부총장이 "세종시도 수도는 아니다. 헌재에서 위헌판결을 받았다"고 즉각 받아쳤다.
안 부총장은 "통일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면서 "통일이 되면 수도는 서울이고 (남쪽) 거점을 세종시, 북쪽 거점을 평양시로 만든다는 의견도 있다"고 반박했다.
여권 내부의 갈등이 도질 조짐을 보이자 장광근 사무총장은 "이제부터라도 (한나라당) 안팎 모두가 정부의 수정안이 발표되면 그 내용으로 차분하고 진지하게 과연 무엇이 충청권 주민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길인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 속에서 슬기로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진화했다.
대신 장 사무총장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세종시 변경안이 원안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비판한 것을 거론하며 "논거의 근거가 정부부처 이전이 안됐기 때문이라는 단세포적인 논리의 궁핍성"이라고 야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걱정할 일 아니다. 잘 돼 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금 보면 여야 전선이 아니라 여당 내의 전선 아니냐"면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뜻이고 이제부터 찬성 측이나 반대측이나 '출구전략'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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