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나 서양인들은 '말도 안 된다'는 말로 끝나는 한국식 화법에 대해 비판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보거나, 일본 주장을 극복할 수 없어서 변명 내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총성 없는 전쟁터' 독도 문제에 대한 또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신간은 '일본인이었던 한국인'이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독도 문제에 대해 쓴 소리를 솔직하게 던졌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자칫 민족 감정으로만 흐를 수 있는 영토 문제에 대해 저자는 독도가 처한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역사적 고증을 통해 독도 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우리 역사 독도>(호사카 유지 지음, BM책문 펴냄)다.
한일 관계사를 통해 규명한 독도
▲ <우리 역사 독도>(호사카 유지 지음, BM책문 펴냄) ⓒ프레시안 |
저자는 독도에 대해 '원점으로 돌아가'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독도의 내력을 역사적·정치사회적으로 풀어나감으로써 일본의 영유권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이 책은 한일 양국의 울릉도 및 독도 관련 사료를 다루면서 독도 문제를 치밀하게 풀어나간다.
저자가 제시한 자료에는 한반도의 역대 왕조가 울릉도와 독도에서 시행한 정책은 물론이고, 일본의 도전에 대처한 왕실과 민간의 구체적 응전 방식, 독도를 둘러싼 조선과 일본 양국의 전략과 전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울릉도와 독도가 포함된 조선의 지도, 일본의 에도막부가 '독도는 조선령'이라고 세 번이나 선언한 점,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독도가 일본의 영토로 표기되지 않은 점 등도 '독도의 정체성'을 밝히는 핵심적인 자료로 제시된다.
일본계 학자가 던지는 뼈아픈 충고
"가장 중요하면서도 시급하게 다뤄야 할 것은,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일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는 독도영유논리를 체계화하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계의 거물들이 독도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해 발언할 때마다 '유감'이라는 말로만 항의할 게 아니라,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조목조목 따져서 설명해줘야 한다."
호사카 교수는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있을 때마다 금세 타올랐다가 식어버리는 애국심이 아니라 보다 철저한 독도 연구라고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독도 문제가 한창 타올랐던 1990년대 한국이 주장한 독도영유 논리에는 사실 '허점이 많았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논리를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무시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막상 국제회의에서 논쟁이 벌어지게 되면 정교한 일본의 논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일본은 '물밑에서, 그러나 집요하게'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국제 사회에 관철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 여파로 지난해 미국지명위원회는 독도에 주권을 행사하는 국가를 '한국'에서 한때 '미지정'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호사카 교수는 "그들이 미워도 그들을 알아야 이긴다"며 학교에서 독도 관련 교육을 할 때 한국의 입장만 가르치지 말고, 일본의 주장 가운데 비판하기 어려운 것도 함께 가르치자고 제안한다.
독도 정책에 있어서 한국에게 유리한 사실 뿐만 아니라 불리한 사실들도 철저히 확인한 후에 교훈과 반성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측 자료는 물론 일본 측 자료와 논리까지 두루 포괄하고 있는 이 책이 반가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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