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순실, 삼성은 알았지만 이재용은 몰랐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순실, 삼성은 알았지만 이재용은 몰랐다?

특검 "최지성 전 부회장, 이재용 지키려 총대 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씨에 대해 언제 알았나?

뇌물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에 대한 처벌 수준을 정하는 핵심 논점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회 증언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공론화된 2016년에야 최 씨에 대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이 최 씨 측과 만나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던 2015년에는 최 씨에 대해 몰랐다는 게다. 이런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면,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물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검 측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이 사건 관련 책임을 이 부회장 대신 뒤집어 쓰는 전략을 택했다고 본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 혐의 3차 공판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2014년 가을? 2015년 7월? 2016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2014년 9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였다. 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는 한화그룹이었다. 그런데 2014년 11월 25일, 삼성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사가 됐다. 다음 날 삼성의 화학 계열사 인수 합병 조치가 발표됐다. 이듬해인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교체됐다.

이런 상황을 보면, 삼성이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대해 알게 된 시기는 2014년 가을로 여겨진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서 "대통령이 정유라 씨를 친딸처럼 아낀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건, 2015년 7월이다. 당시 박원오 전 전무는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부에 행사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상진 전 사장은 "삼성이 본격적으로 정 씨를 지원한 계기는 '2015년 7월 25일 진행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 이후'"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에 대해 알게 된 시기는 '2016년 8월'"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삼성은 '2016년 8월' 이후 정 씨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곁들인다.

앞서 열거한 정황을 보면, 삼성은 2014년 가을, 혹은 2015년 7월에는 최 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2016년 8월'에 최 씨에 대해 알았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정유라 지원, 미래전략실은 알았지만 이재용은 몰랐다?

이 부회장 측 입장은 이렇다.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2016년 8월' 이전에도 최 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몰랐다.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은 최 전 부회장의 결정이었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삼성이 정유라 씨를 경제적으로 지원한 사실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은 알았지만, 이 부회장은 몰랐다는 설명이다.


14일 공개된 최 전 부회장의 진술 조서가 이런 내용이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은 점차 영향력을 강화하는 후계자"일 뿐이며, 자신이 "그룹 경영의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자신이 보기에도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이 "문제가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니까 최 전 부회장 자신이 책임을 지고, 이 부회장에게는 책임이 미치지 않게 할 생각으로,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술 조서에서,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서 뭐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앞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박 전 사장은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 당시의 정황에 대해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며, 독대 시간 30분 가운데 15분을 할애해서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내용이다.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다던 이재용, '알았다'라고만 했다?

독대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진과 만나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다'는 언론 기사가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늦어도 '2015년 7월 25일' 이후에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대통령이 왜 자신을 질책했는지에 대해 궁금했을 것이므로, 대통령이 승마를 강조한 배경을 알아봤으리라는 게다.


그러나 최 전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온 이 부회장에게 '승마 선수들에게 좋은 말을 사줬다, 선수 훈련비를 대주고 있다, 문제없을 것이고 야단맞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보고만으로 만족했나? '그렇다'라는 게 최 전 부회장의 진술이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은 꼬치꼬치 캐물을 상황이 아니었다. '알았다'고만 하고 다른 말이 없었다"고 밝혔다.

특검 "최지성 진술, 총수 비호하기 위한 총대 메기의 전형적인 모습"

이런 진술 내용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기 위한 총대 메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경영인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행태가 재연됐다는 설명이다. 특검 측은 "오리온·한화·한보·대우 등 우리나라 사회에서 이렇게 대기업 총수에 대한 총대 메기가 쟁점이 된 사건은 꽤 많다"며 "이런 사건들에선 이번처럼 총수가 직접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적었음에도 여러 간접 사실들에 의해 총수의 책임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 과정에 이 부회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설령 적다고 해도, 이 부회장의 책임은 인정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특검 측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무렵을 포함해 8번에 걸쳐 이 사건의 범행과 관련한 지시를 하고 보고를 받은 사실이 최 부회장의 진술에 의해서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만나서 질책을 들은 뒤에도 그 배경을 묻지 않았다는 최 전 부회장의 진술을, 특검 측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게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