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공무원 임금지급 유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산안 연내처리가 끝내 불발될 경우 일부 공무원들에 대한 임금지급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전체 공무원에 대한 임금지급을 일시 유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말 예산정국의 핵심쟁점이 이 대통령의 대표적 국정과제인 '4대강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을 볼모로 한 지나친 일방통행이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준예산 집행대책, 철저하게 준비하라"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안 될 경우) 공무원의 봉급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준예산은 매우 엄격하게 운영되어야 하므로 훈령 등에 설치된 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경우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누구는 지급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지급이 안 된다면 그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면서 "예산 집행이 안 될 경우 가장 어려운 게 서민들인데, 서민들과의 고통분담 차원도 같이 고민해 봐야 한다. 준예산으로 갈 경우 공무원들의 봉급 지급도 전체적으로 유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선규 대변인은 "결론이 내려졌거나, 이 대통령이 이를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런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금년 내에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것을 희망하지만,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준예산 집행 등 관련대책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연말까지 준예산 집행에 대비한 사전 준비작업을 추진하고 마치도록 하라"면서 "내년 예산안이 연말까지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1일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준예산 집행지침 등 관련계획을 심의·의결해서 부처별로 즉시 집행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준예산으로는 법률상 지출의무가 없는 정책사업은 추진이 불가한 것 아니냐"면서 "계속사업 외에 SOC 사업도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선규 대변인은 "희망근로, 청년 일자리 사업, 보금자리 주택 공급사업 등 주로 서민과 관련된 사업이 법률상 지출의무가 없는 정책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예산안 문제로 경제 회복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면서 "특히 아직 경기 체감을 하지 못하는 서민생활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지 않겠나 하는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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