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과 관련한 지역민심을 수렴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원안추진'을 고수하고 있는 인사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관변단체 인사들을 끼워넣는 등 기정사실화 된 '수정론'을 밀어붙이기 위한 형식적인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다.
"원안대로 하면 기업도, 대학도 안온다"…여론수렴은 요식행위?
정운찬 총리는 20일 오전 대전시의 모 호텔에서 '대전지역 경제인 및 시민사회단체장 조찬 간담회'를 열었다.
당초 '대전 시민사회단체장과의 간담회'였던 행사의 명칭이 슬그머니 바뀐 것. 참석자들 중에는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윤석만 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회장, 한기온 대전시 새마을 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지역의 재향군인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충남 지회장, 대한 건설협회 지회장 등이 참석했고, 해병대 전우회나 한국부인회 관계자도 간담회에 초대해 눈길을 끌었다.
'여론수렴'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단정적인 정운찬 총리의 입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미 '수정 추진'에 대한 결론을 내려 놓고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세종시 수정안으로 맘고생들이 많은 것은 알겠지만, 원안대로 추진하다가는 좋을 게 없어서 이를 수정하려고 일을 저질러 놨으니 도와 달라"고 했다.
정 총리는 "윤봉길 의사 등을 배출한 충청도는 나라가 어려울 때 너나 할 것 없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느냐"면서 "제가 일은 저질러 놓았지만, 여러분이 도와달라. 많은 얘기를 듣고 수정안을 만드는데 최대한 참조하겠다"고 말했다.
▲ 정운찬 국무총리가 20일 대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전지역 경제인 및 시민사회단체장 조찬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세종시는 수도 전체를 옮기는 것보다 못하다"
전날 지역 방송사와 가진 대담에서도 정 총리는 "세종시 처럼 행정부처가 일부 옮겨가는 것은 수도 전체를 옮기는 것보다 못하다"면서 "차라리 수도를 다 옮기면 옮겼지 행정부의 일부, 사실상 대부분을 옮기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부처 이전의 가능성마저 차단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열린 지역 시민사회단체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세종시에 정말 큰 대기업이 온다. 중견기업도 여러 군데에서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원안)에서는 아무도 안 들어온다. 기업 뿐 아니라 대학도 들어올 생각이 없다"고 했다.
20일 간담회뿐만 아니라 전날 열린 과학기술인 간담회, 지난 13일 대학 총장과의 조찬 간담회 등이 비공개로 진행된 대목도 지역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공개로 무슨 여론수렴과 소통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불렀다. 전날 청주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는 참석자들의 강력한 요구로 공개행사로 전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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