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자 사임서’ 공개 안하나, 못하나?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3분 꼼수 사퇴’ 이후 소송 제기와 고발이 잇따르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다.
이런 가운데, 홍 전 지사의 사임서 전자우편 내용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가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단 몇 시간 만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비공개 이유는 공무원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발단은 류순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말 바꾸기를 한 것이었다. 류 권한대행은 지난 11일 오전 도청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공개 요구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뒤 공보관실을 통해 오후에 “불가하다”고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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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비공개 이유로 내세운 근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다. 정보공개법 제3장(정보공개의 절차)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에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예외 조항 6호에 따르면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은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이며,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홍 지사의 사임서 전자문서는 주민등록번호만 가리면 공개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남도는 이런 입장에 대해 정보공개법에 위배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도청 공보관실 측은 “행정부지사가 공개 문서인지 비공개 문서인지 모르고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해당 부서인 인사과에 확인을 해보니 비공개 문서로 분류돼 있어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행정부지사가 사임서를 기안하거나 결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 가능 여부에 대해) 당연히 몰랐던 것”이라며 “아무리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공무원이 비공개 문서를 공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부연했다.
경남도가 약속을 뒤집자 사임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박동식 도의회 의장에게 지난 11일 오후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전자문서는 57분에 받았고, 인편으로는 58분에 받아 사인을 해줬다”고 답했다.
류 권한대행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확인한 바로는 (정장수) 비서실장이 도의회 의장에게 (9일 오후 11시 57분에) 전자우편을 보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자문서 소유자나 발송인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공개를 거부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해 홍 지사 ‘꼼수 사퇴’ 이후 또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편, 홍 전 지사가 보궐선거 자체를 봉쇄한 뒤 사임하자 경남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과 대응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정의당 경남도당 여영국 위원장(도의원)은 12일 오전 류 권한대행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여 위원장은 고발장에서 “류 권한대행은 홍 전 지사의 사임 통지를 즉시 하지 않았고 직권을 남용해 사임 통보를 늦게 함으로써 보궐선거 출마자들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며 “경남도민의 선거권 행사도 방해했다”고 고발 사유를 밝혔다.
여 위원장은 “지방자치법은 사임통지를 사임일 10일 전까지로, 사임통지 보고는 통지 즉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홍 전 지사가 막판사퇴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류 권한대행은 이러한 불법행위를 저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직무를 유기하고 직권을 남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홍 전 지사는 퇴임식 직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날 도민의 참정권이 짓밟혔다며 창원지법에 홍 전 지사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하고 대통령후보 자격정지 가처분 등 필요한 모든 법적, 정치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경남도당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홍 전 지사의 대통령 후보직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노동당 경남도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류 권한대행에 대한 행정자치부장관의 즉각적인 징계 절차 돌입을 요구했다.
지난 4일 홍 전 지사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으로 창원지검에 고발한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도 류 권한대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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