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제안한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동과 관련해 청와대의 표정은 영 마뜩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제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도 "예를 들어 G20이라든가, 남북관계라든가 하는 국가적 문제라면 몰라도 예산문제가 대통령 앞에서 할 이야기인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정파의 수장인가"
이번 회동을 통해 4대강 예산 삭감 문제를 사실상 유일 의제로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수석은 "(국회에) 원내대표부가 있는데, 거기에서 이야기를 하면 되지 왜 대통령 앞에서 그러느냐"면서 "대통령이 정파의 수장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르면 다음 주 회동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도 이 수석은 이날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하는 이 대통령의 일정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수석은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는데 어떻게 다음 주에 하겠느냐"면서 "이번 주에 외국에 다녀오시고 검토를 하게 되면 한참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여야가 의제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회동 개최 여부를 결론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예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의 논의를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면서 공을 다시 국회로 넘겼다.
이 관계자는 "의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회동 개최 문제를 청와대가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3자회동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도 이날 "연말 정국의 뇌관인 예산 문제나 사대강 사업에 대해 대통령 해법 제시 요구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요구"라고 못을 박았다.
쟁점인 4대강 문제를 여권이 의제로 다루지 않을 경우, '밥만 먹고 올 수는 없다'는 민주당도 회동에 부정적 기류로 돌아설 수 있다. 민주당의 예결위 기습점거 등 예산정국 대치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로 주목받은 3자회동까지 무산되면 여야는 곧바로 충돌 코스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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