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권총 협박' 발언이 뒤늦게 진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헝가리 정상만찬에 참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최근의 '염산 테러' 편지를 언급하면서 "많이 놀라셨겠다"고 물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편지를 직접 읽어보지 않았다.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나도 지난 대선 때 어느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에까지 협박을 하러 와서 놀란 적이 있는데, 경호원들이 붙잡고 봤더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언급했다. 당초 이 발언은 공식 브리핑이나 풀 취재 기사에 없었던 부분이지만,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선 직전인 2007년 12월 강원도 모 군부대에서 총기 탈취사건이 벌어지면서 유세과정에 방탄조끼가 등장하는 등 소동이 벌어진 일은 있지만, 유력한 후보에 대한 '권총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은 단 한번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정치권의 논란으로 번졌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대통령 후보를 괴한이 권총으로 위협하고, 또 대통령 후보는 이런 일을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 담력을 시험하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은 권총을 불법 소지하고 위협한 괴한을 그냥 돌려보낸 전말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또 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입이 이제는 무섭다. 정말 무섭고 한심하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협박편지를 받은 박 전 대표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종의 '말실수'이거나 '거짓말'이라는 의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별도의 해명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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