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진해군항제 관광객이 나무다리에서 추락한 사고<4일자 보도>는 예견된 불상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련 공무원들과 부서 사이에 ‘네 탓’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어 볼썽사나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3m 다리 아래로 추락
지인들과 벚꽃 구경에 나선 김모(52·여) 씨가 지난 4일 사고를 당한 곳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여좌천 3교’이다.
당시 김 씨는 여좌천 3교 중간쯤에서 난간 데크에 기대 셀카봉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난간 데크 이음새 부분이 부서지면서 김 씨는 3m 아래 하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천 바닥은 흙이 쓸려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전면에 깔아놓았다. 따라서 자칫 인명사고나 중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근에서 노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던 A 씨는 “갑자기 ‘퍽’ 하는 뭔가 큰소리가 들리더니 다리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들렸다”며 “가서 보니 중년 여성이 다리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시설 유지와 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창원시 진해구 수산산림과 측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알아보니 추락한 사람이 두 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하지만, 김 씨 외에 다른 한 명은 별다르게 다친 데가 없어 훌훌 털고는 곧바로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119가 김 씨의 추락 사실에 대해 신고를 접수한 시간은 낮 12시 49분이었다. 대원들이 바로 출동했고, 김 씨를 창원경상대학교병원으로 후송했다.
김 씨는 왼쪽 어깨와 팔, 목 등의 통증을 호소했고 인중 부분의 상처와 함께 얼굴 오른쪽 광대뼈에도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상대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후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서울로 병원을 옮겼다.
창원시는 가입해놓은 축제행사보험으로 김 씨에 대해 배상을 할 계획이다.
■예견된 불상사?
사고가 발생한 여좌천 3교는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일명 ‘로망스다리’로도 유명하다. 여좌천 1.4㎞내에 있는 13개 다리 가운데 제일 오래된 것에 속한다.
통합창원시 이전의 진해시 공원관리사업소가 시행처로 지난 2007년에 만들었다. 올해로 10년째이다. 방부목 재질로 만들었다지만, 관리와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많은 부분에서 위험 요소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창원시는 사고가 발생하자 여좌천 3교를 군항제 기간에 임시폐쇄하기로 하고 관광객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또 다리 10곳에 각목을 덧붙여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보강을 했다.
하지만, 목재 재질인 데크 곳곳이 갈라져 있고 작은 힘에도 난간 자체가 흔들거리는 등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벚꽃 구경 명소 여좌천의 특성상 추가 사고의 위험이 높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진해구 수산산림과 측은 “해마다 시설 보수와 보강 등 관리를 해왔다. 올해도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28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데크로드와 구름다리, 난간 등에 대한 수리 및 도색 작업을 했다”며 “그럼에도 이음새 등 부식되기 쉬운 부분에 대해 보다 세심한 관리가 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것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수산산림과 측은 또 “그동안 관리와 보수를 해마다 해왔지만, 사실상 땜질식일 수밖에 없다”며 “군항제기간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애초에 목교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목교는 없애는 편이 낫다”고 하소연하듯 털어놨다.
■책임 떠넘기기
창원시는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5일 현재 교량별로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관광객에 대한 안전지도에 나서고 있다.
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구간에 안전띠와 현수막을 설치했고, 점검반을 편성해 매일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나름 발빠른 대처를 한 것과는 달리 축제를 담당하고 있는 시청 문화예술과와 진해구 수산산림과가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이고 있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사고 직후 시청 문화예술과 측은 “사전에 미리 점검을 마쳤는데, 어째서 그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사고가 난 다리는 진해구 수산산림과에서 관리를 담당한다”며 책임 떠넘기기를 했다.
수산산림과 측은 이에 대해 “평소에는 공원시설 개념이므로 우리가 담당하는 게 맞지만, 축제기간에는 축제시설 개념이 되기 때문에 문화예술과 축제 담당이 사전에 충분한 안전점검을 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우리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수산산림과 측은 또 “업무 편성의 문제점도 크다. 공원시설을 수산과 산림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관리하는 데가 어디 있냐”고 불편한 속내도 내비췄다.
문화예술과 축제 담당은 “시설물 난간 탈착이 문제가 된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담당 부서인 수산산림과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를 해야 한다”며 “축제 전반에 대한 관리야 우리가 하겠지만 시설물 등 근본적인 기반 시설까지 축제 예산을 가지고 담당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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