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3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해 대통령 선거에 직접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중구 명동성당 내 서울대교구에서 염 추기경을 면담한 자리에서 "내일 모레쯤 출사표를 낼 것을 생각해 추기경님께 인사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대선 출마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대표는 염 추기경 예방 이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고 거듭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염 추기경에게 "한국의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워 이런 결심을 하게됐다"며 "일단은 현상을 타파하는 데 일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지금까지 가급적이면 좋은 대통령을 모셔서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역대 대통령의) 첫 출발과 실질적 행위가 맞지 않더라. 계속 국민을 실망시키고 결과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정치상황까지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누군가는 옳은 신념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몸 바쳐 일해야겠다는 확신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그리고 국민께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세력을 쥔 사람들이 대선에 나오면 국민은 선택을 할 수 없고 그대로 끌려간다. 항상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언급, 민주당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염 추기경은 "좋은 출발이 되길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네면서 "권력욕이나 이권에 휘둘리기보다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항하는 '통합연대' 구상의 일단도 내비쳤다.
김 전 대표는 20여 분간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가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는 "그건 두고 봐야 한다"며 "지금 단일화가 없다는 것이 영원히 그렇게 가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는 일단 독자 출마하지만, 상황에 따라 '비문(비문재인) 연대'를 고리로 유력주자를 구심점 삼아 새판짜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해선 "국민이 지지율을 높여놓는 것이지, 내가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그동안 소원했던 안 전 대표에 대해 혹평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경우에 따라 안 전 대표를 위한 킹 메이커로 나설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조찬 회동에서 국민의당과 연대 가능성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하게 나눈 얘기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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