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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첫 방한, '들러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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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첫 방한, '들러리' 논란

"MB정부, 세계 중심국인 양 호들갑 떨더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18일 저녁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세번 째로 갖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밝히는 한편 경호와 의전 역시 '최고 수준'으로 준비하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이라이트는 중국·일본…한국은 '귀국길'에 들러 20시간 체류

하지만 '들러리' 논란이 벌어졌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의 체류기간과 일정이 도마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의 첫 도착지로 일본을 선택했고, 중국에는 이번 순방기간 중 가장 긴 3박4일 동안 머물면서 대학생 600여 명과 타운미팅 형식의 간담회도 가졌다.

일본에서도 역시 "상대적으로 중국에 밀렸다"는 비난론이 적지않게 제기되고는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도쿄에서 가진 연설에선 자신의 성장배경과 철학, 정책적 의지, 대(對)아시아 외교의 중요성 등을 언급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지난 6월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청와대

그러나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확대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오찬 등 꼭 필요한 공식 일정만을 소화한 뒤 주한미군 주둔지에 들렀다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일본과 같은 1박2일 동안의 일정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은 불과 20여 시간 정도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번 아시아 순방의 하이라이트를 일본과 중국 방문이라고 보도하는 등 상대적으로 한국 방문의 비중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청와대가 기대하는 것처럼 '진전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별도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양대 의제인 북핵문제와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방안)' 구상, 한미 FTA 비준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G20 유치에 호들갑 떨지만…과연 우리나라 위치가 어디인지 실망"

정치권에서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선 행사를 소화하고 중국에선 대학생과 토론하는 등 성의 있는 행사일정을 소화했는데, 우리나라에선 정상회담과 주한미군 방문 외엔 별다른 발표일정이 없다"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위치가 어디쯤 있는지 깊은 회의와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정부는 G20 정상회의 유치로 갑자기 중심 국가가 된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지금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동북아 문제의 중요한 파트너가 일본과 중국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시사한 것"이라면서 "자신감은 좋지만 스스로의 자기 평가에 도취하다가 실제 자기 위치를 저버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같은 당 박선영 대변인도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한 일정에 클린턴 국무장관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국무장관도 없이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쇼"라면서 "그러니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목적은 주한미군 위로를 위한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전향적인 대북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지금처럼 방관자적 자세로 임한다면 실질적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그냥 구경꾼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靑 "오바마가 MB 포옹하며 '마이 프랜드'라더라…한미공조는 완벽"

청와대가 이날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개인적 친분 등을 애써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처럼 뒷말이 적지 않은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이 대통령과 전임자인 부시 대통령이 쌓았던 교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고, 민주당 대통령이라는 스탠스 때문에 염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이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본인이 먼저 친밀감을 표시했었고, 이 대통령도 '레토릭으로 들리지 않고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고 안심했었다"고 소개했다.

박 대변인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과는 악수를 나눴지만, 이 대통령과는 포옹을 하면서 다른 정상들에게 '내 친구(My friend)'라고 소개하는 등 이 대통령이 당황스러워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을 둘러싸고 한국이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 대변인은 "양국이 밀도 있고 압축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가 중요하지, 체류기간은 홀대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이 아닐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한미 간 상호 이해관계에 기초한 완벽한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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