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의 미분양 주택이 충격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아파트 공급물량도 역대 최대치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지역 미분양 사태'가 전국 주택시장에 찬바람을 불게 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이 2개월 연속 증가하며 6만가구를 넘어섰다. 지방은 주택 준공 및 착공 물량과 미분양이 함께 증가하고 있어 공급과잉 후유증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방은 미분양 주택이 5년 여 만에 최대치로 늘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사태 여파 등으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경남은 지난달 미분양 주택이 2009년 이후 7년 반만에 다시 1만 가구를 돌파했다.
양산.창원.거제 6월말까지 미분양 관리지역 선정
경남 지역 미분양 주택은 1만11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1월(7785가구)과 비교하면 42.8% 급증한 것이다. 경남의 미분양 주택은 경기도(1만4492가구)에 이어 전국 두번째로 많은 것이며, 지방에서는 1위다. 경남 지역 미분양 주택은 2015년말만 해도 3400여가구에 그쳤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수준이다. 현재 경남 양산시, 창원시, 거제시는 6월말까지 미분양 관리지역에 선정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주목되는 것은 수도권과 지방의 미분양 추세가 반대를 보였다는 점이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8014가구로 지난달보다 오히려 4.9%(924가구) 감소한 반면 지방은 4만3049가구로 지난달 대비 6.6%(2674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대전(31.8%) 제주(26.3%) 등과 함께 조선산업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울산(18.9%) 경남(42.8%) 등이 미분양 증가율이 높았다.
'수도권과 지방 미분양 양극화' 요인은 우선 물량이 지방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 준공실적은 4만815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26.1% 증가했다. 수도권은 전년 동월 대비 준공 물량 증가율이 1.9%로 미미했으나 지방은 51%나 증가했다. 또한 지난달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3만6135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12.5% 늘어났는데 수도권은 9.6% 감소한 반면 지방은 32% 증가했다.
이렇게 물량은 지방에 집중됐는데, 수요까지 위축이 심한 요인이 겹친 곳이 미분양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남의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데, 특히 창원·거제 등 구조조정 여파가 큰 지역의 미분양이 심각하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최근 3년간 지방 공급량은 연간 16만5000가구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0만6373가구, 내년엔 21만2315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에서는 수급 불일치로 전세보증금이 급락하는 등 시장 붕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아파트 1만 6095가구가 입주하는 세종시가 대표적인 경우다.
내후년 이후 주택시장의 전망을 가늠하는 주택 인허가 물량 역시 이미 위축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인허가 물량은 4만 9482가구로 1년 전보다 7.7% 감소하고, 올 들어 2개월 누계 기준으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줄었다.
주택시장 위축 현상은 그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수도권과 아파트에서 두드러졌다. 누계 기준으로 지방주택 인허가 물량이 6.9% 줄어든 반면 수도권에서는 16% 감소했다.
주택 거래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올들어 28일 현재까지 1만 46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6784가구)보다 크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전국적으로 주택구입 수요가 줄어 미분양이 더 늘어나면 우리 경제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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