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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용산 참사 1심판결 났으니 장례 먼저 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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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운찬 "용산 참사 1심판결 났으니 장례 먼저 치러야"

"시국선언은 여러 차례 했는데 민중의례는 기억 없어"

용산 참사의 해결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운찬 총리는 "이제는 유가족들이 장례를 먼저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현행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에 정운찬 총리가 동감을 표하자 "뉴타운 모순의 극단이 용산참사인데 이제는 해결해야 되지 않나"고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누구보다도 더 해결하고 싶다"면서도 "순진하게 의지만 갖고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세입자와 지주, 당사자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여러 문제들을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주와 세입자의) 당사자 간 문제가 어렵다"면서 "유족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건의 직접적 원인 간접적 원인이 있지만 이젠 먼저 장례부터 치르고 나서 대화를 했으면 한다"고 '선장례 후 사태 해결'을 주장했다.

그는 "법원의 결정은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면서 "1심 판결이 났으니 장례를 치르고 이런 저런 대화도 하면 싶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용산 참사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내린 바 있다.

"교사 정치활동은 신중해야"

한편 정 총리는 이날 "민중의례를 한 기억은 없고 시국선언은 여러 차례 했다"고 밝혔다.

조승수 의원이 "총리께서는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활동을 했는데 민중 의례를 한 경험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짧은 기간 회원이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없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곧바로 조 의원은 "시국선언은 여러 차례 했다"는 정 총리를 향해 "전교조 교사를 시국선언을 이유로 징계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교수는 정치활동이 허용되고 교사는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연령이 낮으니 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고, 조 의원은 "시국선언은 가르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양심으로 하는 것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것은 법제도를 벗어나서 민주주의를 흔드는 처사 아닌가"라고 다시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말씀의 취지는 알겠다"면서도 "그렇다고 법개정을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 의원이 "한국사회 공적 3개가 있다"면서 "전근대적 기업가, 이념과 노선이 없는 정당구조와 두 얼굴을 가진 관료집단이 있는데 관료를 전적으로 믿지 마라. 관료에 휘둘리지 마라"고 주문하자 정 총리는 "윤증현 장관은 훌륭한 관료 중의 한 분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응수했다.

KBO 총재 출신 홍재형, '야구팬' 정운찬에 "정 작가 되지 마라"

이날 정 총리는 홍재형 민주당 의원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홍 의원이 "총리, 이런 말을 들어보셨냐"면서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하고 꼼수로 일어난 자는 꼼수로 망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자 정 총리는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국의 대통령 보고 꼼수라는 표현은 지나치다"라고 맞섰다.

또 홍 의원은 "국민 좀 그만 괴롭혀라. 모두의 불행"이라며 "지금 총리가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자산과 신뢰를 허물어뜨리려고 하고 있다. 몰염치한 것 아닌가? 다른 큰 뜻이 있나"고 말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저는 박근혜 대표를 존경하고 있다. 전혀 그 분의 말씀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없다. 오해 말아달라"면서도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아무리 정치신뢰가 중요하다고 해도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출신인 홍 의원이 "야구 좋아하나?"라고 묻자 널리 알려진 야구팬인 정 총리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 홍 의원은 "작가라는 말 알지 않나? 정 작가가 안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라는 단어는 야구 팬들 사이에서 경기를 말끔히 마무리 짓지 못하고 위기를 심화시키는 마무리 투수를 비아냥대는 은어다.

한나라 현기환 "어느 나라가 노조 전임자 임금을 법으로 금하나"

한국노총 출신이자 친박계인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도 정 총리와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현 의원은 "브라질리아가 (행정수도로) 실패한 사례냐"고 물었고 정 총리는 "주말이면 텅텅 비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자 "그렇지 않다. 원래 50만 명 계획도시인데 지금 현재 인구가 260만 명에 달한다"고 몰아붙였다.

정 총리가 "주말에는 도시 기능이 잘 안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버티자 현 의원은 "한 언론이 브라질리아는 정치적 산물이지만 정책적 지원을 통해 명품도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으니 잘 찾아보라"고 면박을 줬다.

또한 현 의원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라고 4차례나 정부에 알려온 사실을 아냐"고 물었고 정 총리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정 총리가 "외국에선 대체로 당연하게 (전임자 임금지급을) 안하게 되어 있는것 아닌가"라고 말하자 현 의원은 "또 시간을 뺐으시네"라며 "노조 전임자 임금금지를 법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며 해외 사례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일을 안하고 봉급을 받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본다"고 맞섰고 현 의원은 다시 "노동조합 간부가 일을 안한다고 보는 게 오산이다. 기업이 뽑은 직원들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바로 전임자 임금이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을 신뢰라고 했는데 며칠 간 대정부 질문을 지켜보고 오늘 직접 하면서 지도자에게 소중한 그 무엇(신뢰)를 찾아볼 수 없어 가슴이 먹먹하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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