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운명의 하루가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짙은 쪽빛 의상을 착용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과거부터 '전투복'이라 자랑스레 불러왔던 의상 색깔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을 나선 때는 오전 10시 9분께. 최경환, 이완영, 조원진 의원 등 측근들 뒤로 나타난 그는 올림머리에 짙은 쪽빛 정장 차림이었다. 지난 21일 검찰 출석 당시 입은 옷과 모양은 다르지만 색상은 같은 옷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남색 옷은 일종의 '전투복'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이날도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님", "못 보내드린다"며 소리를 쳤다. 박 전 대통령은 다소 부은 듯한 눈으로 옅은 미소를 보였지만,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고 바로 차에 올랐다.
차량이 나가는 골목에서 취재진과 지지자들 간 마찰로 폴리스라인이 무너지는 소동이 있었으나, 차량 통행에 큰 차질은 없었다.
검찰 출석 당시와 마찬가지로 법원까지 가는 길에 모든 차량이 통제된 터라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은 막힘 없이 대로를 달렸고, 자택을 나온 지 약 11분 만에 서울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훑어보며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 포토라인이 있었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취재진을 지나쳐 계단을 통해 3층 법정으로 올라갔다.
검찰 조사 때는 차장 검사와 티타임을 통해 조사에 대한 안내를 받았지만, 영장 실질심사에는 이런 과정이 없어 바로 321호 법정으로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朴, 321호 법정서 언제 나오나
박 전 대통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검찰과의 혈투를 벌이게 된다. 본안 재판이 진행되기 전 결백을 주장할 마지막 기회인 만큼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방어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투복' 차림을 한 것도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굳은 의지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대표 죄명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을 적시했지만, 이날 심문에서는 삼성 뇌물뿐만 아니라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포스코·KT 등에 대한 사업·채용 관련 압력,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청와대 기밀유출 등 다양한 범죄 사실을 다퉈야 한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데다 검찰 소환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조서 검토에만 7시간을 할애한 점을 고려하면, 이날 심문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 또한 검토해야 할 기록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구속 여부는 자정을 넘겨 다음날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될 때는 심문 다음 날 오전 4시 50분, 두 번째 영장이 발부될 때는 오전 5시 35분께 결과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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