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일 "경제위기에서 확실하게 벗어나기 위해 지금까지의 대책을 다시 점검하고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내년도 국정운영 원칙에 대한 원론적 언급이었지만, 정치권의 최대 쟁점인 '세종시 수정논란'에 대해 조만간 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내부에선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자신의 소신을 설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번 달 중 '국민과의 대화' 생중계를 갖는 방안도 거론된다.
'세종시' 대신 '자화자찬'…"대한민국, 세계의 주연"
그러나 이날 시정연설에는 '세종시 논란'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대신 그 동안의 '성과'에 대한 홍보와 '국민적 단합'의 당부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면서 매진한 결과 우리는 국제사회로부터 위기를 가장 빠른 속도로 극복해 나가는 모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힘을 모으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국민 여러분과 기업들의 헌신적 노력, 그리고 국회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도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하고 비상한 각오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올해 상반기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9위권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국가 건설의 초석을 다지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1년의 위기극복과정에서 우리는 대외적으로도 크나큰 성과를 거뒀다"라고 강조했다.
내년 G20 금융정상회의 유치를 언급한 이 대통령은 "2010년은 G20 의장국이자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이 세계역사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대통령은 "정부는 그 동안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대북정책을 견지해 왔다"면서 "지금까지의 소모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일괄타결 방식의 '그랜드 바겐'을 제의했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토목사업 아닌 국토 재창조 사업"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공기업 선진화, 노사관계 등 핵심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단순히 강을 정비하는 토목사업이 아니다"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브랜드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한 국토 재창조 사업"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2012년까지 차질 없이 이를 추진한다면 우리는 수자원 강국으로 도약하고 새로운 국부창출의 기회와 함께 한층 여유롭고 품격 높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한편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반도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기능조정, 통폐합, 인력감축, 보수체계 합리화 등 외형 중심의 개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사관계를 선진화하고 엄격한 책임경영시스템을 정착시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일류 공기업으로 발돋움하도록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같은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야"
이 대통령은 "역사를 되돌아보면 숱한 국가 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얻은 교훈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다 함께 같은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나타나는 우리 민족 특유의 단결력과 상부상조의 덕목은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며 "여야가 함께, 노사가 함께, 너와 내가 함께 우리가 되어야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집권 중반기에 들어가면서 정부와 공직자는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자 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을 섬기고 민의를 받들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높이 도약하고자 했던 우리 국민의 희망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확한다"며 "대한민국이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고 새로운 세계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의 협조와 국민 여러분의 동참을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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