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내심 흡족한 표정이다. 29일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논란과 관련해 사실상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전날 재보선 완패로 움츠러들었던 분위기에도 일단 숨통의 트였다.
숱한 논란을 낳은 끝에 '날치기'로 통과시킨 미디어법마저 '원천 무효' 판결을 받았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동력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했다. 4대강 사업 등과 더불어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대단히 강력한 미디어법이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임기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스케쥴 전체가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한숨 돌렸지만…증폭되는 내·외부 갈등요소
우여곡절 끝에 헌재가 정부의 손을 들어줬으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한나라당은 "이제 논란은 종식돼야 한다"며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논란 자체를 피해 가기는 난망해 보인다.
우선 헌재로부터 가까스로 '생명력'을 인정받은 미디어법에 대한 정치권의 대치가 예사롭지 않다. 야당들은 헌재 결정에 강력 반발하는 한편 본격적인 대여 공세에 나서는 등 정국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10.28 재보선 승리를 동력으로 청와대와 헌재를 싸잡아 비난하는 한편 미디어법 재협상을 요구하며 이를 연말 정기국회 최대 이슈로 부상시킬 방침이다. 재점화된 미디어법 논란을 내년도 예산안 심의 및 표결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여론의 반응도 갈등적이다. "절차상의 문제는 있었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는 헌재의 판단은 벌써부터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아니다", "컨닝은 했지만 시험결과는 유효하다"는 등의 비아냥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여권의 완패로 끝난 재보선과 헌재 결정에 대한 비난여론이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세종시 수정 논란과 관련된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내부 갈등이 표면화 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은 안팎으로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연말 정기국회와 맞물려 형성될 여야의 대치전선을 감안하면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하지만, 재보선에서 충청권의 표심을 확인한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일방적으로 양보를 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4대강 정비사업,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 인화력 높은 이슈가 몰고올 후폭풍도 연말정국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만만치않은 '지뢰밭'이다. 이들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재보선과 미디어법 헌재 결정 이후 접어들고 있는 새로운 국면은 '강대강' 충돌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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