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문제에 대한 언급이 실종된 2009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삼성그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18대 국회의 유일무이한 삼성 저격수로 꼽히는 박 의원은 9일 서울고등법원에 대한 국감에서 지난 8월의 삼성 선고의 형평성 문제를 적극 제기했다.
"2500억 낸다고 형량 낮췄는데 확인은 안 해봤다"
박 의원은 "(아동성폭력 가해자) 조두순 사건 뿐 아니라 삼성 이건희 (전) 회장 사건도 양형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번째로, 5년간 조세포탈액이 465억 원 상당이었고 3년 간 51회의 증권거래법 위반이 있었다"면서 "조세포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성 법정형의 중범죄인데 작량감경(재판부 재량으로 이뤄진 감경)돼서 1심에서도 집행유예가 됐다"고 말했다.
이인재 서울지방법원장이 "법정형의 범위 안에서 선고하게 되어있고 사건이 갖고 있는 각종 양형인자를 고려한 것"이라고 답하자 박 의원은 "양형기준이 모든 국민에게 과연 공평하게 적용되는가 문제다. 만약 일반인이었다면 가능했겠는가? 법원의 재벌 봐주기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파기환송되 서울고등법원에 온 사건도 작량감경됐다. 이건희 (전) 회장이 에버랜드와 삼성SDS 손해액 2500억 원을 내겠다는 진술만으로 작량감경된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이태운 서울고법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실제로 2500억 원을 냈는지 확인해 보았나? 회계상으로 그 증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법원이 진술만으로 작량감경해 준 것이다"고 이 고법원장을 몰아붙였다.
이 고법원장은 "본인이 납부했다고…"라고만 답했고 박 의원은 "피해회복을 했다는 진술만으로 양형사유를 짐작한다는 법원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면서 "작량감경 사유를 쓰려면 정말 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고법원장은 "조두순 사건이나 삼성사건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저희가 양형사유에 대한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고개를 숙이며 "양형조사관 제도를 통해 조금 더 철저히 조사하고 양형하는데 진실에 부합하는 사실에 기초하여 양형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물러섰다.
박 의원은 "대법원의 양형기준표가 있는데 배임죄만 놓고 보더라도 기본형량이 4년이다"면서 "오른쪽으로 봐도 왼쪽으로 봐도 법원이 재벌봐주기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27억 원으로 둔갑한 2500억 원
박 의원이 언급한 2500억 원은 지난 달 이 전 회장이 '일시불'로 납부한 벌금 1100억 원과는 별개의 것이다.
이 전 회장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주주손해 보전과 사회적 물의를 빚은데 대한 책임감으로 2500억 원을 내놓겠다'고 먼저 약속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작량감경했다는 것.
이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삼성특검재판을 앞두고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에 각각 969억9423만5000원, 1539억2307만6922원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특검이 지적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에 따른 손해액과 일치한다.
하지만 해당 회사들의 2008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해당 손해액의 인수 내역이 없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회사가 보관 중인 것은 맞지만 회계처리를 안 한 것은 돈을 받을 근거가 불분명한 데다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회사 손실액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삼성 측은 법원에 의해 주식 헐값발행으로 인한 회사 손실액이 확정되면 그 차액을 이 전 회장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결국 재판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2500억 원을 활용했고 법원은 '2500억 원 자진 납부'를 양형근거로 삼았지만 돈의 행방은 묘연하다.
지난 8월 서울고법은 손실액을 227억 원으로 산정했고 이 전 회장은 재상고를 포기했다. 삼성의 바뀐 논리대로라면 SDD와 에버랜드는 이 전 회장에서 2500억 원과 227억 원의 차액을 돌려줬어야 한다.
하지만 박영선 의원실의 관계자는 "227억 원이 남았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회장 재판 과정에서 '특검 산정 손실 2500억 원 납부', '법원 판정액과 차액 반환 방침' '227억 원 확정' 등 거액이 거론됐지만 실제로 돈이 움직였는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법원도 "모른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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