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방송인 김제동 씨가 13일 '개헌'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김제동 씨가 '권력 구조 개편'이 핵심인 개헌이 국민의 삶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하고, 김종인 전 대표가 여기에 반박하면서다.
김종인 전 대표와 김제동 씨는 이날 청년들이 만든 신생 정당인 '우리미래'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연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자신이 추진하는 '분권형 개헌'과 관련해 "오랜 기간 경륜을 갖춘 국회의원을 잘 배양해서 국가를 끌고 갈 지도자로 양성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분권형 개헌을 통해 다선 의원들을 내각 관료로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김제동 씨는 "지금 개헌 논의를 보면 '권한(권력) 구조 개편'만 얘기하고 국민의 삶과는 전혀 동떨어진 느낌을 받는다"면서 "의원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책임 총리제 등으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국회가 과연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느냐. 지금 국회의원이 정부보다 신임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종인 전 대표는 "내각제를 하면 국회의 권한이 세지는 게 아니라 취약해진다"면서 "내각에 들어간 사람들의 내각 권한이 강화되지,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제동 씨가 "그 내각에 각 정당의 의석 수에 비례해 (국회의원들이 장관으로) 들어가지 않느냐"고 재반박하자, 김종인 전 대표는 "국회를 비호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경륜을 갖춘 국회의원을 잘 보호하고 배양해서 국가를 끌고 갈 지도자로 양성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한다"고 답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국회에 3, 4선 의원이 많은데, 지금 제도로는 3, 4선을 하면 (정치를 계속 해야 할) 모티베이션(동기 부여)이 없어진다. 국회의원을 직업처럼 한 번 더 하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실제로 정치인을 제대로 길러서 나랏일을 감당할 사람을 국회에서 찾아야 한다. 그 사람(3, 4선 의원)들에게는 인센티브가 없어지니까 제대로 된 정치인을 찾을 길이 없어진다"고 부연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여름에 신문사 기자들이 대선 관련 대화를 하자면서 나에게 '어떻게 정치 경험이 초선밖에 안 된 사람이 대통령 후보를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더라"라며 "사람들의 현실 인식이 '무기력하고 별로 한 일도 없는 국회에다 뭘 맡길 수 있겠느냐'고 돼버렸는데, 그런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부연했다.
반면에 김제동 씨는 "경제 민주화를 하려면 시민이 의회를 상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국회의원들도 4년 내내 (로비하는 재벌이 아니라) 국민을 상시적으로 겁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 소환권이 먼저 이뤄져야 국회의원도 국민의 눈치를 볼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제동 씨는 "3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법안을 발의하면 국회의장이 심의하도록 국민 발안권을 주고, 지역 주민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투표하면 국회의원직을 파면할 권리를 줘야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겠나"라며 "국회의원 배양은 충분히 하는데, 지금까지 어떤 분이 배양됐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탄핵으로 민주주의 성숙"…김제동 "이렇게 통합된 시대 찾기 힘들어"
두 사람은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탄핵 정국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해졌다.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김제동 씨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문장만 반말이고, 판결문이 존댓말이어서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다. 주권자인 국민에겐 존댓말을 하고,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나 헌법기관에는 국민이 반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제동 씨는 또 "정치인들이 자꾸 (탄핵 이후) 국민 통합을 얘기하는데, 제가 보기엔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국민이 통합된 시대를 찾기 힘드리라 본다"고 평가했다.
김제동 씨는 "경제 민주화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지금 경제 민주화가 안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왜 탄핵됐는지 설명해야 하면 이미 그 사람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설명 안 해도 알아야 하는데. '진실이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본인 스스로 말하는 것에 감명받았다.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것 같아서. (진실을 밝히는 데) 시간은 안 걸리죠. 이미 밝혀졌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대표도 "우리나라 재계 분들은 누가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냐를 잘 파악한다. 그게 작동하는 게 비선 조직"이라며 "비선이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재계가 그 사람을 장악하면 대통령이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인다"면서 "선거 때는 경제 민주화를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대통령직 당선과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경제 민주화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지난 4년 전에 목격했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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