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이후에도 사흘째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르면 13일께 사저로 퇴거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퇴거 시점 자체보다도,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대해 더 주목하고 있다. 침묵이 계속된다면, 헌재 결정에 대한 사실상의 불복으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2일 박 전 대통령의 이후 행보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삼성동(사저) 상황이 오늘 오후쯤 정리될 것 같다"며 "사저가 준비되는 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내일(13일) 오전에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헌재의 탄핵 결정이 최종 선고된 이후에야 사저 정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만큼 탄핵 인용 결정이 박 전 대통령에게는 예상 외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보일러 수리와 장판·도배 작업 등을 12일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판 등 바닥재를 실은 차량이 드나드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어차피 떠날 그가 '언제' 떠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 '어떻게'다.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헌재 판결에 대한 입장 등 대국민 메시지를 낼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 이사 갈 곳이 준비가 끝나지 않아 2~3일 늦어지고 있다고 하니, 그것까지 야박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하루빨리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의사 표명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박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메시지 발표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 없다'고만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참모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연합>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통신에 "이런 상황에서 무슨 메시지를 낼 수 있겠느냐"며 "조용히 삼성동으로 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 경우, 이는 '탄핵 불복'으로 해석되면서 그의 지지자들이 소요나 소란 행위를 일으키는 데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통합'을 위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정치권이 요구하는 것은 그래서이기도 하다.
한편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 때까지 '빈 집'이 될 청와대를 검찰이 압수수색할 가능성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야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퇴거할 때 국가 기록물을 파기하거나 반출해 가지고 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문재인 전 대표), "기록물에 손대지 말고 속히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남긴 기록물은 역사적 가치는 물론, 향후 그에 대한 형사 재판 등에서 중요 증거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지난달 중순 '박영수 특검팀'에 의한 청와대 압수수색이 좌절됐을 때와, 앞으로 대선 전까지의 상황이 법률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법원은 이미 당시에도 수색영장을 내줬고,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를 가로막아 '집행'을 못 했을 따름이었다. 즉 수색이 가능하려면, '박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이 달라져야 한다. 이미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였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라인이었다. 황 대행은 "압수수색은 청와대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다만 정치적 상황이 그때와는 달라진 점, 한광옥 실장의 거취에도 변동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은 검찰이 새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설 경우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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