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활짝 웃었고, 누군가는 춤을 췄고, 또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11일 오후 6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열린 스무번째 박근혜 즉각퇴진 촛불집회에 모인 이들의 표정은 이전보다 한층 가벼웠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키로 결정한 다음 날 열린 만큼 집회현장에서는 묘한 흥분감이 읽혔다. 곳곳에서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격려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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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환호했지만, 동시에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당장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지 못한 세월호 문제가 거론됐다.
이날 제주를 찾은 세월호 유가족 이종철씨는 "세월호가 탄핵의 사유가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뒤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세월호에 대한 진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며 "박근혜가 탄핵됐다고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온 농민 김옥임씨는 "백남기 농민은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물대포를 맞았다"며 "아이들 밥상에 안전한 먹거리가 놓일 수 있도록, 촛불을 들었던 마음으로 우리 농업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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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고에 재학중인 김지덕 군은 "탄핵을 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라며 "일본군위안부 졸속 합의로 일본은 우리 할머니들을 무시하고 있고, 국정교과서는 시계를 독재시대와 일제강점기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근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역시 "탄핵 인용은 단지 한 계단을 넘은 것"이라며 "그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독재와 친일, 신자유주의의 망령을 청산하지 못하면 촛불은 미완의 혁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탈핵,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의제들에 대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마임이스트 이경식, 프로젝트 리멤버, 사우스카니발, 볍씨학교, 놀이패 한라산의 무대는 분위기를 한층 달아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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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번의 촛불을 돌이켜보는 영상이 상영될 때되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이들도 있었다. 그 동안의 집회 사진을 모은 전시회에는 발걸음을 멈춘 채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500명이 참가했다.
박근혜정권퇴진 제주행동 관계자는 "총 19차례의 촛불이 범죄자 박근혜를 심판했다. 이번 박근혜 파면 결정은 불의가 결코 정의를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역사적 판단이었다"며 "이번 집회는 촛불승리를 자축하고 끝까지 촛불을 내려놓지 않은 도민들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을 담은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박근혜정권퇴진 제주행동은 다음 주 중 전체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이후 활동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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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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