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무난하지 않겠냐'고 전망되던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라 쉽지 않은 청문회를 예고하고 있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문제에 대한 정 후보자의 발언으로 시작한 정책과 소신 검증이 논문 이중게재, 소득세 탈루 등 개인적 도덕성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지금 밝혀진 사실만 가지고도 총리로서의 도덕성이나 실정법 위반이 나타났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공세를 폈다.
박 의장은 이 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논문 이중게재, 소득세 탈루, 병역비리 의혹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또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했던 학자로서 어떻게 소신을 지키고 양심 지키면서 바꿀 수 있는가, 또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가 이런 것도 추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청문 태스크 포스도 이날 첫 회의를 갖고 정 후보자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원혜영 위원장은 "이번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의 위기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올바른 국정 철학과 자질과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따지는 일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은 "지금까지 부풀려진 이미지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밑천 없이 대박만 터트리는 불로소득의 인생은 아니였는지 그것은 국민적 잣대로 분명히 검증해야 한다"면서 "경제학자 정운찬, 그 학자로서의 명성과 이름이 지금의 총리 내정까지 받게된 아주 중요한 동기로 작동했다. 정운찬 총리의 논문이라고 얘기하는 결과물이 논문이었는지 '농문'이었는지 분명히 보고자 한다"고 별렀다.
최 의원은 특히 정운찬 후보자가 서울대 재직시절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가 공무원 신분인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7년 11월1일부터 총리 내정일까지 인터넷 서점 'Yes24'의 고문을 겸직하면서 총 9583만 원을 수령한 점을 파고든 것.
그러나 정 내정자는 서울대 교수로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는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교수들의 겸직이 허용되는 경우는 상장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게 될 경우 소속 단과대 인사위원회를 거쳐 대학본부 인사위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벤처기업의 임직원일 경우에는 소속 단과대 인사위원회를 거쳐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겸직이 가능하다.
최 의원은 "'Yes24'의 경우 벤처기업으로 정 총장이 단과대 인사위원회와 총장의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면서 서울대 교무과에 확인한 결과 "정 후보자는 예스24 고문을 맡기 전에 학교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의 병역 문제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정 후보자는 대학 1학년이던 1966년 신체검사를 받아 이듬해 보충역 판정을 받았으며, 68년 독자(일명 `부선망 독자')라는 이유로 한 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한 후 70년 재검을 받아 이듬해 재차 보충역으로 판정받았다.
정 후보자는 이어 72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컬럼비아 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던 77년 고령(31세)을 사유로 소집을 면제받았다. 이에 따라 정 후보자가 병역의무를 지연하다 당시 병역 연령제한인 31세에 고령을 이유로 징집면제를 받은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요지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규정에 따른 것이지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신검을 계속해서 받은 것은 아니다"면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한편 민주당은 총리 청문회 TF를 총괄 상황실(원혜영 위원장, 이시종 의원), 행정분야(김종률, 양승조 의원), 경제분야(강운태, 강봉균 의원), 교육복지분야(최재성, 우제창 의원), 국토환경분야(백원우, 이용섭 의원), 도덕성 검증분야(백원우, 최규식, 박선숙 의원) 등 무려 6개조로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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