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분위기는 이미 지난 1월 말 감지됐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기간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춘절 기간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 춘절과 비교해 6.7% 감소했다.
크루즈 관광객이 66% 증가한 1만6461명에 이르렀지만, 항공편을 이용한 중국인 관광객은 3만1491명으로 24%나 뚝 떨어진 것. 사드배치 논란에 따른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이 현실화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번 달 한국관광금지령이 공식화되면서 제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3월 들어 1주일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1% 줄었다. 예약을 취소한 중국인 관광객이 11만3000여명에 이르고, 일부 항공노선 정기편이 감편되거나 아예 운항이 정지될 예정이다.
이를 직접 피부로 느끼는 상권이나 관련 업계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고정호 제주중앙지하상점가조합 이사장은 "분위기가 싸하다. 중국인들이 주 고객인 화장품 매장의 경우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 이사장은 "상인회 차원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 백약이 무효"라며 "매출은 둘째 치고 시장의 역동성이 사라져버리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인들이 즐겨찾는 이마트 신제주점의 조명춘 부점장은 "작년 11월쯤 사드 배치 논란이 최초로 나왔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전과 비교해 중국인 방문객이 10~20% 가량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K여행사 소속 가이드 한모(35)씨는 "보통 3월엔 10팀 정도 예약이 들어오는데 지금은 아예 예약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가이드로 일한 지 7년 만에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씨는 "오는 5월 제주로 오기로 했던 골프관광객 70팀, 120여명도 최근 다 취소를 해버렸다"며 "메르스 때는 4개월 정도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적어도 '기다리면 풀리겠지' 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 사태가 끝날지 모르니 대책조차 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제주 최대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인 뉴화청국제여행사는 최근 잠정휴업을 결정했다. 저가 패키지 관광을 주로 다루는 이 여행사로서는 당분간 운영을 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이제 불씨는 다른 업종으로 옮겨 붙을 전망이다. 이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전세버스, 숙박업소, 음식점 등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특히 연쇄적으로 민간의 투자열기까지 위축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사드 사태가 장기화 돼 개발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할 경우 관광업계, 건설업계 등 지역경제 전반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에 50억원 넘게 투자한 외국기업은 24개. 이중 중국계 자본이 16개에 이른다.
콘도미니엄 등으로 구성된 무수천유원지 사업을 추진 중인 제주중국성개발의 박종명 본부장은 "작년 10월 이후 분양이 안되는 것은 둘째 치고, 이미 계약한 이들이 중도금 결제를 안 해주거나 심지어 해지 요청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인과 관계된)사업자들이 큰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진단이 많다. 지금은 비수기로 분류되는 3월 초인데다 중국 여유국이 한국여행 금지 시점으로 잡은 날은 오는 15일. 이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예측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3월 15일 이후에는 크루즈의 제주기항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인 예약 취소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 현지 및 제주 여행업계를 통해 실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