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9일 조세포탈 및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연차 전 태광실업회장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300억 원을 구형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비슷한 죄질에 대한 통상 구형량보다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상문은 7년, 박연차는 4년?
조세포탈의 경우 포탈세액이 연간 1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포탈세액의 2~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게 돼 있다. 박 전 회장은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받은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242억원 등 29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현금 3억원과 백화점 상품권 1억원 등을 건넸고 박정규 전 민정수석, 정대근 전 농협회장, 김종로 검사, 이택순 전 경찰청장 등에게 모두 합쳐 수십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뇌물공여자에 대한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 불과하지만 박 전 회장은 여러 범죄 혐의가 가중 적용되는 경합범이다.
검찰은 박 전 회장에게서 1억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은 박 전 수석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으며, 정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는 징역 7년에 추징금 16억44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죄질에 비해 구형량이 너무 낮다"
특수수사 경력이 있는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했고 개전의 정이 있다는 식으로 구형량을 낮출 수는 있지만 일반적 경우에 비해 박 전 회장의 형량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
그는 "뇌물사건의 경우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박연차 전 회장의 경우 받기 싫다는 사람에게도 억지로 수차례 걸쳐서 돈을 줘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박 전 회장이 수사 과정에서 적극 협조했다지만 공판 과정에서 자기 말을 많이 뒤집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경우 검찰이 애초 생각했던 구형량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이번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수사팀이 와해되다시피 했으니 애초 구형량이 그대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 돈 살포로 단군 이래 최대의 뇌물 스캔들이라던 세평에 비추어 솜방망이 형량이 아닐 수 없다"면서 "오늘 검찰이 솜방망이 구형을 함으로써 스스로 박연차 회장과 특수관계임을 공개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박연차씨가 검찰이 불러준 각본에 따라 진술한 대가로 4년이라는 솜방망이 형량을 받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박연차씨에게 석방을 약속했던 천신일씨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 역사에 두고두고 수치스러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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