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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가 민주당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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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가 민주당에게 던지는 질문

[김종배의 it] MB가 진짜 '중도실용'이라면?

질문을 몇 가지 던지자.

첫째 질문. 정운찬은 월경한 걸까? 넘어서는 안 될 경계선을 넘은 걸까?

아니다. 두 마디 말에 따르면 월경이라고 볼 수 없다.

'한겨레'가 보도했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보수 진영에선 '합리적 자유주의자', 진보 진영에선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분류된다"고 했다. 어떤 민주당 의원이 말했다. "MB의 중도가 허구라면 좋지만, 실질적 노선 이동이라면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 두 마디 말에 입각하면 정운찬 내정자의 행보를 월경이라고 규정할 수가 없다. 흔한 말로 '중도'로 분류되는 인물이, 민주당조차 동요하게 만들 정도로 세를 떨치는 MB의 중도실용노선에 몸을 의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제자리 찾아간 것으로 봐야 한다.

둘째 질문. 민주당이 '빵빵'했다면, 민주당의 전도가 양양했다면 정운찬 내정자가 등을 돌렸을까? 굳이 리스크를 안고 이명박 대통령과 손을 잡았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그의 총리직 수용을 변신, 나아가 변절로 바라보는 시각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과의 유대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면서 기회를 엿봤을 것이다. 어차피 민주당도 같은 중도실용이라고 하지 않는가.
▲ 워크숍 중에 정운찬 발탁 소식을 접한 민주당ⓒ민주당홈페이지

셋째 질문. 이것이 진짜 질문이다. 민주당의 살 길은 뭔가? '우리 편'이라고 여겼던 인물까지 놓칠 정도로 힘이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힘을 키울 건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운찬 총리 내정 소식에 당혹해 하는 민주당의 모습에 답이 담겨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고유 '브랜드'라고 여겨온 중도실용노선이 침범 당한 데 대해 당혹해한다. 자신들이 '원조'라고 믿고 MB의 중도실용노선을 '짝퉁'이라고 일축해왔는데 그게 아니기에 당혹해한다. 자기들 편이라고 여겼던 중도 인물까지 빼 갈 정도로 MB의 중도실용노선이 세를 얻기에 당황해 한다. 그래서 다시 추스르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이 미디어법 투쟁이 외연을 넓히는 데 무슨 도움이 됐냐고 볼멘소리를 하면서 생활밀착형 정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도실용노선엔 중도실용노선으로 '맞짱'을 떠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해 보인다. '생활밀착형 정치'라는 당위명제가 갖는 무게감이 클뿐더러 미디어법 투쟁 등 이른바 '민주 투쟁'이 지리멸렬했던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정체 현상을 보이는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중도층을 끌어들이면서 상승곡선을 타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일각이 주장하는 대응 전략은 또 다른 패배를 부른다.

전망의 근거를 다른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민주당 의원이 그러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노선이 "실질적 노선 이동"이 아닐까 의아해하지 않는가. 이게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노선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것이 민주당 의원조차 헷갈리게 할 정도로 위력을 떨치는 현실이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등한 게임이 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책 결정권을, 한나라당이 입법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현실만으로도 야당의 이른바 '생활 정치'가 한계 지워지는데, 여기에 주도권까지 이미 빼앗겼다면 더 말 해 뭣하겠는가. 자칫하다간 민주당의 중도실용노선이 보수층에겐 'MB짝퉁'으로, 진보층에겐 '한나라당 2중대'로, 중도층에겐 '대책 없는 딴지걸기'로 비치기 십상이다.

미디어법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민주투쟁'이 민주당의 외연 넓히기를 옥죄었다는 주장도 그렇다. 실용이 대세인 상황에서 이념에 치중된 공허한 싸움을 벌였다는 이런 주장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런 싸움은 애당초 국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전제,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민주 이념이 아니라 생활 실용이라는 전제다.

하지만 이런 전제는 호도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족적을 심각하게 호도하는 것이다.

세상이 다 안다. 민주당이 그동안 메뚜기처럼 뛰어다녔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노무현 서거에서 비정규직법으로, 비정규직법에서 미디어법으로, 미디어법에서 김대중 서거로, 김대중 서거에서 4대강 사업으로 철마다 전선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어느 것 하나 성과다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안다. 바로 이런 패착이 정운찬 내정자가 '민주'를 경시하고 '중도'를 강조하는 현실을, 분열의 원인은 거론치 않고 통합의 당위만을 강조하는 현실을, 그러면서 자기 선택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아주 이상한 현실을 낳은 것이다.

민주당 일각의 진단은 잘못돼 있다. '올인'하지 못한 게 문제인데도 '올인'한 걸 문제 삼는다. 싸움다운 싸움을 하지 못한 게 문제인데도 싸움을 벌인 걸 문제 삼는다. '민주 투쟁'을 '생활 정치'의 동력으로 활용하지 못한 게 문제인데도 '민주 투쟁' 만을 벌인 걸 문제 삼는다.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조화와 배치인데도 또 다시 선택적으로 사고하려고 한다.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이런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한 판판이 깨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좌판을 벌이는 처지를 면치 못하는 한 가게 주인 한나라당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좌판 생활을 청산하고 가게를 차리더라도 특화 상품을 팔지 않는 한 정운찬 아니라 정운찬 아류조차 잡기 어렵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민주당 스스로 '우리편'으로 알았던 정운찬 내정자가 등을 돌리는 판에 자기들끼리 일괄통합이니 단계통합이니 하며 거친 말싸움을 벌이기에 하는 말이다. 통합의 내용과 성격은 뒤로 물리고 통합의 방법만을 앞세우며 당권 싸움을 벌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런 상태에선 통합이 특효약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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