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학교로 신청한 경북 경산시 문명고에 이어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를 희망한 학교들이 타 지역에 비해 많아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문명고와 같은 재단 문명중은 전교생 분량에 달하는 200여권을 신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까지 전국 중·고등학교를 상대로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학교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신청교가 문명고 한 곳에 그치자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활용하기 위한 희망학교 신청을 받았다. 6일 교육부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주 동안 공립중 16곳, 사립중 17곳을 비롯해 공립고 5곳, 사립고 44곳, 특수학교 1곳 등 모두 83곳이 신청했다.
지역별로 경북이 19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는 13곳, 충남은 10곳에서 희망했다. 광역시 중에는 서울이 11곳으로 최다였고 대구에서 6개교가 신청해 다음으로 많았다. 부산·대전·경남은 각각 5개교, 울산은 4개교, 충북은 3개교, 인천은 1개교가 신청했다. 광주, 제주, 세종, 전남, 전북은 1곳도 없었다.
100권 이상 신청한 곳은 중학교 1곳, 고등학교 8곳 등 9곳 모두 사립재단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청 권수는 중학교 역사1 689권, 중 역사1 지도서 109권, 중 역사2 699권, 중 역사2 지도서 109권, 고등학교 한국사 2,376권 등 3,982권이다. 교육부는 오는 15일까지 자체 예산으로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해당 학교들은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를 쓰는 대신 역사수업 보조교재·참고자료, 역사동아리·방과 후학교 교재에 사용한다. 학급별 읽기 자료나 학부모 교육용, 도서관 비치용으로도 활용가능하다.
이 가운데 문명고와 같은 사립재단인 문명교육재단(이사장 홍택정)의 문명중학교도 신청학교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0권 이상 신청한 전국 유일한 중학교가 바로 문명중이다. 중학교 역사1·2 각각 120권 모두 240권을 신청했다. 문명중 전교생 269명에 이르는 분량을 신청한 셈이다. 홍택정(70) 문명교육재단 이사장은 국정교과서 채택을 옹호하는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경북회장을 맡고 있다.
연구학교 신청이 알려지면서 지난달부터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저항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입학식을 포기하고 시위를 했고 재학생들은 피켓시위에 이어 서명운동을 벌였다. 입학 전 다른 학교로 전학 간 학생들도 있다. 학부모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학내외에서 촛불집회 등 법적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대책위에서 대변인을 맡은 오일근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중1, 중3 자녀가 문명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분통이 터진다. 황당하다"며 "문명고가 전국 유일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후 학교가 이 지경이 됐는데 중학생마저 국정교과서를 배우게하다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대구·경북지부는 지역의 국정교과서 희망학교 현황을 파악한 뒤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손호만 대구지부장은 "이미 폐기된 교과서에 대해 자꾸 불씨를 살리려는 국정화 강행은 꼼수"라고 했고, 김명동 경북지부장은 "시대착오적 왜곡 교과서를 밀어 붙이는 교육부와 문명교육재단을 규탄한다"면서 "학생들을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행태에 끝까지 맞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명고는 국정교과서 수업을 위한 기간제교사 채용 공고를 내고 오는 13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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