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국무총리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긴 했지만, 막판 후보가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강현욱 전 전북지사를 포함한 3~4명으로 압축되면서부터는 가능성의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정 후보자 본인의 '철학'과 '가치관'이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는 적지않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에 그를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대선기간 당시의 '범여권 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던 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부터 최근까지 각종 분야와 관련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왔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 |
영어몰입·대운하·녹색뉴딜·자유무역 만능론 비판하던 정운찬
그의 거침없는 'MB 비판'은 전공분야인 '경제정책'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인수위 시절 논란을 불렀던 '영어 몰입교육'을 두고는 "전 국민이 영어를 전부 잘 해서 무엇하느냐"며 "이런 식으로 정책을 펴면 부자만 공부를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해 4월 한 공개강연에서 "대운하를 만들 돈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더 주는 게 낫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토목공사 위주의 '삽질경제'에 대한 수위 높은 문제제기였다.
'쇠고기 파동'이 불거진 직후 정 후보자는 "(정부가) '실질적 재협상' 등의 이해가 되지 않는 말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재협상론에 힘을 싣는가 하면 "경제원론 앞부분만 보고 FTA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부의 '자유무역 만능론'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핵심 국정과제인 '녹색뉴딜'에 대해서도 정 후보자는 "토목건설 중심의,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의, 우리가 과거에 많이 보아왔던 그 패러다임에 가까워 보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통합'이라는 명분과 '쇄신효과' 챙긴 MB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그에게 국무총리직을 맡겼다는 점도, 정 후보자가 이를 수락했다는 대목도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정 후보자자의 국무총리직 수락은 곧 '백기투항'이 아니겠느냐는 섣부른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정운찬 효과'에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는 "그 동안 경제비평가로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건설적 대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경험이 행정각부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집하고 중도실용과 친(親) 서민정책을 내실있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충청권 출신이라는 지역적 이점과 함께 이 대통령으로선 이번 개각으로 "반대파의 목소리도 과감하게 수용한다"는 식의 명분까지 챙기게 됐다.
최근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두고 일었던 '그 나물에 그 밥',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론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입각한 임태희, 주호영, 최경환 의원도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정운찬 내각' 순항할까…"가능성은 50대 50"
결국 '정운찬 내각'의 순항 여부는 이같은 '이질성'을 어떻게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 안에서 연착륙시키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전통보수' 층의 반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연세대학교 김호기 교수는 "이 대통령이 한국의 대표적인 '온건 케인스주의자'인 정 후보자에게 국무총리직을 부탁했다는 사실 하나는 일단 중도, 친서민 노선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일단 긍정적으로 봐 줄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도 "야권 인사인 정운찬 후보자가 국무총리직을 수락했다는 것이 기존의 자신의 가치관을 꺾은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보면 그러한 철학과 정책들을 국정기조에 반영시킬 수 있는 기회도 되는 셈"이라면서 "현재로선 그 성공 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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