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웠던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한 작은 마을이 하루아침에 사드 군사지역이 됐다.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롯데가 사드배치를 위해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 초전면 롯데골프장 안팎에는 군·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여름이면 주민들이 풀베기·환경미화 등 소일거리를 찾아 수시로 드나들었던 골프장 입구에는 군인들이 오고가는 차량을 막아서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1일 오후 삼엄한 경계를 뚫고 들어선 골프장 내부에는 오직 군인과 경찰뿐이었다. 수 백m마다 3~4명의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었으며 곳곳에는 경찰병력도 대기하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경찰버스만 주차돼 있었고, 푸르렀던 잔디 위에는 군사시설 지정에 따른 철조망 설치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미지의 공사를 위한 땅은 파헤쳐져 있었고, 나무와 풀은 예초기로 베어져 있었다.
이날 원불교 교도들이 달마산 성지순례길을 걷던 동안에도 군 관계자들은 이들의 동선을 비롯한 모든 행동을 막아섰다. 이곳은 원불교 2대 종법사 정산 송규(宋奎.1900~1962) 종사가 김천을 거쳐 전라도로 이동했던 길목으로 원불교 교도들은 매달 셋 째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순례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롯데-국방부 간 부지교환 계약에 따라 이곳이 군사시설로 지정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김선명 원불교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평화를 설파한 종산정사의 성지에 군사무기가 들어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골프장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초전면 소성리 마을 주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망연자실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정부의 졸속적 사드배치 강행에 반발하고 나섰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전국의 사드반대 단체 활동가 2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롯데골프장 쪽으로 500m가량 행진했다.
허리가 굽은 80대 어르신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까지 "미국사드 미국으로, 사드말고 평화오라", "국민이 명령한다, 사드배치 철회하라", "불법사드 강행하는 한민구를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 마음으로 '사드배치 철회'를 바랐다. 행진이 이어지는 동안 물리적 출동은 없었지만 골프장에서 소성리 마을회관까지 1km가량 이어진 도로에는 여전히 경찰버스만 가득했다.
도경임(79.초전면) 할머니는 "처음에는 막막했다. 이놈들이 우리한테 이렇게 뒷통수를 칠 줄 몰랐다"면서 "그래도 밥 잘먹고 힘낼거다. 매일 촛불집회도 하고 있고, 여러 지역에서도 우리를 도우러 왔다. 끝까지 싸워서 몰아낼 거다"고 말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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