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 미치도록 찍고 싶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쫓아 20여 년을 달려온 자연다큐멘터리 감독 최기순 사진작가의 특별초대전이 내일(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열린다.
최 작가는 밤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시베리아 타이가에서 표범을 만나기 위해 20개의 비트(텐트)를 만들어 생활하며 기록한 사진들을 ‘슬픈 운명에 놓인 표범’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한다.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자생 동물인 한국표범의 모습을 담았다.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아무르표범은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의 명목으로 무참히 사살되면서 공식 확인된 포획 수만 약 1000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1962년 경상남도 합천 오도산에서 발견돼 생포된 수표범은 창경원(창경궁)으로 이송된 후 다시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졌으나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최 작가는 “만약 마지막 한국표범이 동물원으로 가지 않고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 보존지역을 선포하고 보호 되었다면 남한에서 표범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한국표범의 흔적은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고 말했다.
한국표범은 현재 러시아 연해주 변방 하산 지역에서 약 70여 마리가 근친교배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5년 전 표범 서식지를 표범의 땅으로 명령하고 개체수를 100마리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최 작가는 전시를 통해 표범 발자국의 흔적과 생태계를 체험하며 슬픈 운명에 놓인 한국표범의 현실을 이해하고 다시 백두대간에서 표범의 흔적을 만나길 바라며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최기순 사진작가는 1일 “눈 덮인 시베리아 숲속에서 시베리아호랑이와 아무르표범, 그리고 야생의 반달 가슴 곰과 교감하던 나 역시 어느새 자연속의 한 부분이 됐다”며 “야생 동물과 조우하며 삶의 진정한 가치를 건져내는 일은 나에게 가장 행복 일”이라고 말했다.
강원 홍천출신으로 1994년 제일기획 입사, EBS교육방송 카메라감독, 1998년 한국방송대상 촬영부문(시베리아 호랑이) 등 다수 수상했다. 호랑이, 표범, 반달곰 등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동물들을 20여 년 동안 기록한 다큐멘터리스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