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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화엄사 홍매화와 섬진강 벚꽃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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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화엄사 홍매화와 섬진강 벚꽃 순례

2017년 3월 두발로학교 <구례 화엄사 암자순례길과 서시천 벚꽃길>

3월 두발로학교(교장 진우석. 여행작가)는 제55강으로, 지리산 자락 구례로 봄맞이 갑니다. 구례는 예로부터 ‘세 가지가 크고 세 가지가 아름다운 땅’이라 하여 삼대삼미(三大三美)의 고장이라 했습니다. 삼대는 지리산·섬진강·구례들판, 삼미는 수려한 경관·넘치는 소출·넉넉한 인심을 말합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구례를 “봄에 논에 볍씨 한 말을 뿌려 가을에 예순 말을 수확할 수 있다”고 예찬했지요.

3월 말부터 구례는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는데요. 연둣빛 머금은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며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합니다. 지상에 벚꽃이 펑펑 피어날 때, 화엄사 화엄매는 꽃망울을 터트리고 구층암 모과나무는 아기손가락처럼 어여쁜 새순을 내밉니다. 화엄사계곡을 따라 이어진 암자들을 둘러보는 길은 봄길 걷기로 그만입니다.

▲화엄사 화엄매. 각황전을 중수한 백파선사가 그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해진다.Ⓒ진우석

진우석 교장선생님은 저명한 여행가이자 여행작가이십니다. 스스로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라 하며 ‘걷기 달인’, ‘길의 탐미주의자’로 통합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알프스, 백두대간 등 국내외 굵직한 트레일을 걸었으며, <서울신문>에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 연재를 시작으로 국내외 ‘날 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으로 있으며, 삼성 SERICEO‧여행작가학교 등에서 여행강사로 활동합니다.


▲우리나라 최대 목조 건물인 각황전은 안정된 비례로 위엄과 기품이 흐른다.Ⓒ진우석

교장선생님으로부터 3월의 걷는 길 <구례 화엄사 암자순례길과 서시천 벚꽃길>에 대해 들어봅니다.

각황전 옆 검붉은 화엄매
화엄사는 지리산이 거느린 사찰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장엄하다. 544년(신라 진흥왕 5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이후 의상, 도선 등 수많은 고승들이 머무르면서 우리나라 화엄종의 중심사찰로 자리잡았다. ‘지리산 화엄사’ 현판이 붙은 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선다. 금강문과 불이문을 지나면 어디선가 향기가 진동한다. 만월당 앞의 매화나무다. 그 앞에서 잠시 암향에 취하다가 보제루에 이른다. 보제루를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화엄사의 중심 영역으로 들어선다. 이곳에 대웅전, 오층석탑, 각황전(국보 제67호) 등이 펼쳐진다.

일반적인 사찰은 보제루 건물 밑으로 들어가서 대웅전 영역으로 입장한다. 화엄사가 보제루를 돌아 들어가게 한 것은 각황전의 규모가 대웅전보다 크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웅전보다 규모가 큰 각황전이 혼자 두드러지지 않는다. 각황전은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최대 규모로, 숙종 25년(1699) 공사를 시작해 4년 만에 완공했다. 거대 규모이면서도 안정된 비례로 위엄과 기품이 흐른다.

화엄매는 각황전 옆에서 붉다 못해 검은빛을 토해내고 있다. 그래서 ‘흑매(黑梅)’라고도 부른다. 꽃은 작은 홑꽃이며 향이 짙다. 수령은 약 300~40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 숙종 때 각황전을 중건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벽파선사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각황전 왼쪽, 동백꽃이 가득한 108계단을 오르면 사사자삼층석탑(국보 제35호)이 서 있다.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을 상징하는 네 마리의 돌사자가 석탑을 지탱하고, 돌사자들 한가운데엔 합장한 스님상이 조각되어 있다. 석탑 앞의 석등 안에는 차를 공양하는 보살이 앉아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보살이 화엄사를 창건했다는 연기조사이고, 스님상은 연기조사의 어머니라고 한다. 효심 깊었던 연기조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공양하는 자신의 모습을 석등의 형태로 조각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탑이 있는 이 공간을 효대(孝臺)라고 부른다.

▲모과나무를 통째로 사용한 구층암 선방. 산 나무와 죽은나무가 묘한 울림을 준다.Ⓒ진우석

모과나무 아름다운 구층암
효대를 내려와 대웅전 뒤로 경내를 빠져나가면 구층암 가는 길이다. 대나무가 그윽한 오솔길이 운치 있다. 구층암에서는 모과나무를 자세히 봐야 한다. 철불보전 앞에 모과나무 두 그루가 당당하게 서 있다. 재밌게도 왼쪽 승방 기둥이 모과나무다. 나무를 다듬지 않고 통째로 그냥 사용한 것이다. 살아 있는 모과나무에 새순이 돋으면, 죽은 모과나무의 몸도 간지럽지 않을까. 구층암을 지키는 스님은 승방에서 차를 대접한다.

맛난 지리산 야생녹차를 맛보고 길을 나서면 대숲을 지나 길상암에 이른다. 손바닥만 한 마당이 예쁜 암자로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나는 곳이다. 길상암 앞에는 천연기념물인 백매(白梅)가 서 있다. 수령 약 450년으로 추정되는 야생매화로 향기가 진한 것으로 유명한데,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모과나무를 통째로 사용한 구층암 선방. 산 나무와 죽은나무가 묘한 울림을 준다.Ⓒ진우석

백매 앞의 오솔길을 계속 따르면 화엄사계곡을 만난다. 여기서 물을 건너면 등산로를 만난다. 이 길이 노고단으로 향하는 산길이며 지리산국립공단에서 꾸민 생태탐방로다. 이제 탐방로를 따라 암자 순례한다. 길은 인적이 뜸해 호젓하다. 노고단을 오르는 산꾼들은 대개 쉬운 성삼재 코스를 따르기 때문이다. 검팽나무 쉼터를 지나 용소 쉼터에서 계곡으로 내려선다. 용이 승천했다는 용소는 화엄사 아래 황전리 주민들이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던 곳이다. 작은 폭포 아래 제법 소가 넓다. 계곡에 손을 담그자 생각보다 차지 않다. 산에도 봄이 오고 있다.

나무다리를 건너면 서어나무쉼터다. 여기서 15분쯤 더 오르면 가장 높은 암자인 연기암에 닿는다. 문수보살의 기도 도량인 연기암은 화엄사의 원찰이다.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하기 전에 토굴을 짓고 가람을 세운 곳이다. 안타깝게도 건물은 최근에 중수해 옛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날이 맑은 때는 섬진강과 구례들판이 멋지게 보인다.

연기암을 내려오면 다시 서어나무 쉼터 앞이고, 여기서 올라온 길이 아닌 왼쪽 길을 따른다. 시멘트 도로가 이어진 길이지만, 차도 사람도 인적이 없다. 진달래 붉게 핀 모습을 보며 내려오면, 청계암·내암암·금정암을 차례로 지난다. 화엄사를 만나기 직전에 지장암이란 작은 암자는 꼭 들러야 한다. 350여 년 수령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올벚나무가 있다.

올벚나무는 화엄사를 중창한 벽암스님이 심은 것이다. 병자호란이 끝난 후 조정에선 유사시에 대비하여 민간에 벚나무를 많이 심게 하였다. 벚나무 껍질은 창이나 칼의 자루 등에 쓰이는 귀중한 군수자원이었기 때문이다. 벚나무 껍질은 특히 습기를 막는 효과가 있어 활의 바깥을 감쌀 땐 반드시 필요했다. 의승을 이끌고 전투에 참가한 경험이 있던 벽암대사는 화엄사 주변에 올벚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때 심은 나무 중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바로 이 나무다.

아담한 지장암 건물 위에 올벚나무가 자리한다. 흰 꽃그늘 아래서 멀리 화엄사 건물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올벚나무 그늘에서 화엄사 사찰순례를 마무리한다.

▲구층암 옆에 있는 길상암은 하룻밤 묵고 싶은 예쁜 암자다.Ⓒ진우석

구례 시민의 산책로, 서시천 벚꽃길
봄길 걷기에 벚꽃길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지리산 산채정식으로 배를 불린 후에는 지리산둘레길 19코스(오미-난동)의 일부 구간이기도 한 <서시천 벚꽃길>을 걷는다. 지리산이 잘 보이는 꽃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환한 봄이 내 안에 들어와 있다.

두발로학교가 3월에 걷는 제55강 <구례 화엄사 암자순례길과 서시천 벚꽃길>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 25일(토요일)>
06:40 서울 출발(06시 3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에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55강 여는 모임
-화엄사 주차장 도착
-화엄사 암자순례길
화암사~구층암~(연기암)~지장암(총 3km)
-점심식사 겸 뒤풀이(지리산 산채정식)
-광의면사무소 도착
-서시천 벚꽃길 걷기
광의면사무소~광의교~구례공설운동장(총 5㎞)
-서울로 출발. 제55강 마무리모임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가 축소‧변경될 수 있습니다.


▲<구례 화엄사 암자순례길과 서시천 벚꽃길> 걷기 약도 ⓒ두발로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보온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 모자, 장갑, 스틱, 아이젠, 선글라스, 무릎보호대, 식수, 윈드재킷, 우비, 여벌옷, 간식, 자외선차단제,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연기조사가 처음으로 자리잡은 연기암은 화엄사의 원찰이다.Ⓒ진우석

두발로학교를 여는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의 시대입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도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 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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